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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Sep 05. 2024

그리움도 사치스러운 날 ( 8 )

흔들리는 신념과 비겁한 현실

종대는 요즘 들어 유난히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그는 검사일정을 맞추기 위해 본인 스스로 작업 현장에 참여하기 도 했으며 틈틈이 작업자의 작업현장을 방문하여 안전한 작업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불안전한 요소들을 개선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으로, 매일 아침이면 작업자들을 모아 그날의 목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늘의 목표는 정리정돈입니다, " 그는 언제나 같은 구호로 아침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안전이 곧 회사의 존립과 직결된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작업 중간중간 정리 상태를 점검하고, 작업이 끝난 후에도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규정을 어기는 작업자에게는 망설임 없이 엄격하게 대했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작업자들에게는 칭찬과 작지만 보상도 아낌없이 주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도 규칙을 철저히 지켜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첫 번째로 출근하여 마지막으로 퇴근했다. 

동료들이 때로는 그의 완고함을 부담스러워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철저함 덕분에 큰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거라 말하는 동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종대 가 요즘 들어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회사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윗선에서는 효율과 비용 절감만을 요구했다. 

안전 관리가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회사는 점점 그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회사 대표와 관리자들 간의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가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출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을 때였다.

김 직장님이 그를 불렀다. "종대야, 잠깐 얘기 좀 하자, " 김 직장은 조용히 그를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종대가 마스크를 벗으며 물었다.

"무슨 일은 그냥 커피나 한잔 하자고 부른 거지" , "에이 뭔데요? 말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요. 설마 검사 펑크 났나요?" 종대가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종대의 물음에 평소와 다른 어두운 표정으로 짐 직장이 입을 열었다.

"종대야, 너 참 열심히 하는 거 잘 알아. 나도 예전에 너처럼 모든 걸 바꿔보려 했었다." 김 직장은 종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과거를 회상하는 것 인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종대의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구조는 절대 변하지 않아. 아니, 변할 수 없는 구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알잖아!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게 결국엔 더 편하다는 거.... 너무 에쓰지 말고 적당히 해라."

종대는 김 직장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 직장은 계속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회사가 이익을 내야 우리도 일할 수 있는 거야. 만약 회사가 이익을 못 내면, 사장으로서 회사를 계속 끌고 갈 이유도 없지 않겠니?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일자리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돼. 그럼 그들 가족들까지 고통받게 되는 거야. 해양사업부 정문 표어에 뭐라고 쓰여있는지 봤잖아."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종대는 해향사업부 정문에 걸린 표어를 무척 싫어한다.

'특히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문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그것을 볼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었다. 그런데 김 직장이 그것을 이야기할 때에는 기존에 탐탁지 않았던 마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압박! 그것은 압박이었다. 김 직장의 말은 종대에게 더없이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라는 그 말은 종대의 신념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그 진실.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존재해야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들의 가족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안전과 타협하면서까지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지난날 학원을 운영했을 때 본사와 싸워왔던 생각들이 겹치며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였다.

그날 밤, 회식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회사 대표와 관리자들은 건배를 외치며 '알아서 잘하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내비쳤다. 

이미 김직장과 이야기를 나눈 직후라 그런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으며, 사장님과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좌불안석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웃고 넘어갔을 건배사였지만 알아서 잘하라는 건배가사 마치 종대에게 "똑바로 해!"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현실적으로는 회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는 결국 현실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안전을 지키려는 그의 신념과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때문에 그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그는 그저 눈앞에 놓인 술잔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종대는 회식이 끝난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 직장과의 대화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혼자 남아 맥주잔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내가 타협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끝까지 신념을 지켜야 하는 걸까?’ 그의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출근했다. 

현장은 여전히 어두웠고, 허공엔 밤새 낀 습기가 남아 있는 것처럼 눅눅했다. 

그는 작업장을 둘러보며 이곳저곳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안전모를 쓰고, 두꺼운 장갑을 낀 채로 조용히 작업대 근처에 놓인 도구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그의 습관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현장 안은 아직 조용했지만, 곧 동료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반장님!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도착한 이는 늘 성실한 건조부 박 반장이었다. 

그가 개주장이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역시 책임감이 대단하세요.”

종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반장님도 일찍 오셨네요. 오늘은 날씨가 좀 습해서 그런지 작업 중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박 반장이 종대의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게요. 바닥이 조금 미끄럽네요. 작업자들한테 미리 얘기해 두는 게 좋겠어요.”

그때, 다른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죄 반장은 늘 그렇듯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야, 종대 반장! 오늘 특별한 지시사항 있으신가? 없으면 말고 하하하!”

종대는 죄 반장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오늘은 바닥이 조금 미끄러울 수 있으니, 작업할 때 특히 신경 써주세요. 그리고 정화 형님, 오늘 고소차 작업하시죠? 신호수 꼭 챙기시고, 후진할 때는 항상 주의하세요.”

정화 형님이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놈의 잔소리는 하루이틀 하는 일도 아닌데...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

종대는 동료들의 반응을 보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그는 모든 작업자들이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작업 계시를 알렸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던 것처럼, 아무리 신경을 써도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법이었다.

그날 오후, 작업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크레인이 이동할 때 들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자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사무실에 있는데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요란했다.

종대가 사무실을 나와 2번 dock 쪽으로 향하며 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도착했을 때, 정화 형님이 고소차를 조정하며 배 근처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저 형님 혹시 늦게까지 술 마신 거 아냐? 뭔가 다른데?"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기계조작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보였던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고소차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대는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정화 형님, 조심하세요!” 종대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고소차 바스켓이 전진하지 않고 후진하면서 배와의 거리가 급격히 좁아졌다.

“형님, 멈춰요!” 주변에 있던 다른 작업자들도 상황을 눈치채고 소리쳤지만, 정화 형님은 이미 주의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고소차는 정화 형님을 바스켓과 배 사이에 끼워버렸다. 피할 틈도 없이 일어난 협착 사고였다.

종대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얼어붙은 듯한 느낌으로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달려갔다. 

주변의 다른 작업자들도 놀라 달려왔고, 죄 반장은 즉시 안전과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고소차가 빠르게 멈추었지만, 이미 정화 형님은 심하게 다쳐 앓는 소리와 함께 호흡이 불안하게 들렸다.

안전요원들이 곧바로 달려와 고소차와 배 사이를 벌리기 시작했다. 

종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무념무상이 되어버렸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고소차가 조금 움직이면서 정화 형님이 아래로 내려졌다. 그 순간, 종대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악!”

정화 형님의 얼굴은 창백했고, 시커먼 피가 그의 작업복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그의 상태는 매우 위중해 보였다. 

구급차가 도착해 정화 형님을 이송하기까지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종대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주변 동료들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박 반장은 손을 떨며 입을 굳게 다물었고, 죄 반장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이런 일이 어떻게… 어떻게…”라고 중얼거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아무도 말이 없었고, 무거운 침묵만이 가라앉아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장은 일시적으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정화 형님이 구급차에 실려 떠난 뒤, 종대는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텅 빈 것 같았고, 사고 현장에 남겨진 소량의 피와 부서진 장비들만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몇 시간 후, 사고 현장에는 회사의 안전 관리 팀과 외부 조사관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현장을 면밀히 조사하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듯 보였다. 

종대는 조사관들의 질문에 간신히 대답하며, 자신이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사고 원인은 곧 밝혀졌다. 

조사 결과, 정화 형님이 작업 중에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작업 지시를 위반해 후진을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더해 신호수 없이 작업을 강행했고, 그 결과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조사관들은 결론을 내리며 이 사고가 전적으로 정화 형님의 실수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종대의 마음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사고가 정화 형님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혹은 회사의 안전 규정을 더욱 철저히 지켰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종대는 그날 밤, 한참을 자리에 앉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정말 내가 아무 잘못이 없는 걸까?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사고가 일어난 후 며칠 동안, 현장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동료들도 그때의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어두웠다. 

박 반장은 사고 이후 말수가 적어졌고, 죄 반장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종대는 작업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료들을 챙겨야 했지만, 그날의 사고가 자꾸만 생각나 한동안 트라우마로 남았다.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근처 H 회사에서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오래전 함께 일했었던 동생뻘 노동자가 이직 후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점심 식사 후 탁구를 치겠다고 들어갔던 곳에서 건물이 붕괴되며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녀석에게는 3살 난 아들과 아직 새댁이라 불릴 만큼 어린 재수 씨가 있었다.

종대는 그의 소식을 듣고 절망감에 빠졌다.

연이은 사고가 그에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또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아무리 규칙을 준수하려고 해도, 회사의 구조적 문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날 밤, 종대는 사무실에서 홀로 앉아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그러나 결국 회사는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웠다.

며칠 후, 종대는 정 소장을 찾아가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소장님, 저… 더 이상 이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현실은...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니 힘드네요."

함께 이야기를 듣던 김 직장이 잠시 종대의 눈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안다, 너의 좌절감 충분히 이해해. 나도 같은 길을 걸어왔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 타협은 비겁함이 아니야. 오히려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어.”

그는 김 직장의 말을 들으며 고민에 빠졌다. 

동료들과 회사를 위해, 안전을 지키려 했지만, 이제는 그 자신조차 지키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어떤 선택이든 해야만 했다.

그날 이후, 종대는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키려 하지 않았다. 

비겁하지만 회사의 요구와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기 시작했다.

동료들도 그의 변화를 느꼈지만,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결국 그도 현실을 받아들였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선택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었지만 대신 그는 중요한 것을 잃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열정적이고, 이상을 위해 싸우던 종대가 아니었다. 

회사와 현실 사이에서 타협을 선택한 그는, 이제 자신이 싸워왔던 가치들을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야 했다.

현장은 빠르게 안정되어 갔지만, 종대의 마음은 무언가가 멈춰버린 것처럼 헛헛했다.

부지런히 들리는 크레인의 울움소리를 들으며,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떠올려 봤지만 부질없는 이미 지나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은 과거에 불과했다.

그는 더 이상 안전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잃어버린 것들은, 그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는 그런 상처를 안고 마치 허수아비 마냥 비겁한 현실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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