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다.
바람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내 마음이 먼저 젖어들고 있었다는 걸
네가 오는 날
나는 우산도, 외투도 챙기지 않았다.
그냥
그날의 하늘을 입은 채
너를 맞이했었다.
바람에 말을 얹어 보내던 나무들은
입을 닫고
하나둘 제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쥐고 있던 걸 놓고
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네가 다녀가는 동안
나는 무엇도 되묻지 않았고
너 또한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를 느낄 뿐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너의 향을 맡았고
너의 숨결을 사랑했다.
너의 한살이 바뀌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너를 사랑했던 마음이
조금 늦게 따스해졌다는 걸
- 작가의 말 -
이 시는 '한 계절'을 사랑했던 마음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날의 하늘을 입은 채 너를 맞이했다”는 건,
비가 오는 모습을 떠올리며 쓴 문장이에요.
“하나둘 제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가을 나무들이 낙엽을 하나씩 떨구는 장면을 상상했고요.
그리고 “너의 한살이 바뀌고 나서야”는
계절이 한 바퀴 돌아서야 비로소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뜻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찾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