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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신비 Oct 21. 2024

우리들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계급 배반 투표는 권력에의 투사


서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우리 아파트 앞에

어느 날 대형 주상복합 건물 세워졌다면?


설상가상 세계에서 몇 번째로 높은

재벌회사 마천루까지 들어선다면?


그 건물들이 우리 일조권과 조망권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태양 빛 마음껏 누리지 못해 우리는 곧 활력 잃고

건강 잃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질 것이다.


집안 동식물 서서히 죽어 갈 것이며

습기, 곰팡이, 진드기, 세균 등으로

각종 병과도 싸워야 할 것이다.


우선은 무엇보다 자존감에 상처 입었다.

우리 아파트 주민 존재 투명하게 취급하는

그들 무례한 행태가 아이들에게

즉각 징후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묻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집 왜 이렇게 어두워졌어?"

"햇볕은 어디로 가야 볼 수 있어?"

"우리 집을 유치원 운동장 쪽으로 옮겨야 해?

"저 건물 때문에 태양이 안 보여."

"아빠, 선생님이 햇볕 많이 야 한다고 했는데..."


눈치가 빤한 아이들은 말끝 흐리기 시작했

청소년들은 이미 기가 죽어버렸다.


천식에 걸려 콜록거리는 아이들

시름시름 앓는 아기들

점점 안색 창백해지는 동네 어른들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보이지 않는 노인들


그들 재벌 회사와 그곳에 입주한 부유한 자들이

조망권은 물론 일조권 독차지하며

우리 생에 영향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90%쯤 되는 주민들이 태양빛 되찾기 위한

비대위에 하나 둘 참여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집 떠나 있는 자들 빼고도

연락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대책 위한 투표 진행되자

그들은 서서히 본색 드러냈다.

의견 제시하지 않고 눈치만 보던 자들이

노골적으로 재벌회사 편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오히려 그들을 걱정해주기까지 했다.

다 지은 건물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

벌금 많이 내게 되면 재벌 망하지 않겠느냐,


그들이 그동안 침묵했었던 이유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마침내 힘센 쪽에 승부수 던지기로 한 것.

양쪽 힘 저울질 했던 것


결국 비극적이게도 우리 주민들은

재벌회사보다 같은 주민인 그들과 

먼저 싸워야 했다.


형제가 양쪽 편으로 갈려

원수가 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형제였고 친구였고 이웃이었던 그들과

우리는 목하 전쟁 중이다.


그들은 각자 노랗고 붉은 완장 차고

재벌회사 기득권 사수 위해

지금도 우리와 싸우고 있다.


가끔은 재벌이 먹다 던져 준 고기 덩어리 먹으며

아파트 앞마당에서 캠프파이어 즐기기도 한다.

지나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욕지거리와 조롱 해대며.


그들 지상과제는 우리의 입 막는 것

말 듣지 않는 자들 조용히 불어내어

작은 승용차에 태워 죽여버리는 것


그리고 햇볕 들지 않고 곰팡이 피는 곳에서

불평 없이 조용히 지내는 것

 

오늘도 우리 주민들은 햇볕 보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찬바람 부는

바깥 세상 헤매고 있다.


SF 영화의 한 장면,

혹은  미래 모습일까?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사는 이야기다.

인간 제1 존재증명은 바로 권력이다.






가난한 자들은 왜 부자에게 투표하는가? 권력 때문이다. 가난한 자들이 권력 휘두르며 그 쾌감에 오르가슴 느낄 수 있는 길은 오직 그것뿐이다. 인간 존재의 본능. 가장 취약한 비극의 지점. 권력.


일제 강점기에 앞잡이들은 왜 일제에 복무했는가? 아직도 이너서클 형성하여 기득권 유지에 목매는가? 권력이다. 피해자 쪽에서 목숨 걸고 싸워봤자 무언가를 얻는다는 보장 없지만 힘센 가해자 쪽에 붙으면 손쉽게 원하는 것 얻을 수 있다. 바로 권력을.


일방적인 희생보다 권력 추구하는 것이 인간. 지는 보다 이기는 쪽에 투표하고 싶은 본능. 그것이 바로 인간 본능에 휘둘리는 짐승본색. 권력의 맛은 인간을 미치게 한다. 그중에서도 앞잡이의 맛은 더욱 달콤할지 모른다.


그리하여 오늘도 가난한 자들은 자기 피 빨아먹는 부자들에게 투표한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투표하고 막대기만 세워놓아도 투표하고 이미 죽은 자에게도 투표한다.


계급 배반 투표는 권력에의 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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