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엄마,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3장 정도를 가장 먼저 당신께 보여드렸지.
그저, 더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기 위한 마음이었을 뿐이었는데—
글을 다 읽고, 당신은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어.
그러다 결국, 이렇게 말했지.
“이걸… 다 기억하고 있었니?
그 기억을 안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게,
나는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더 이상은 보기 힘들 것 같아.”
당신의 눈빛엔
다 지워지지 않은 미안함과
더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스며 있었어.
그 말이,
그 표정이—
나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어.
그래서 엄마,
오늘은 내가 말하고 싶어.
이젠, 정말 괜찮아.
그 기억들은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아.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지.
그 시절의 슬픔과 상처,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마음까지—
이제는, 내 안에서 감사함으로 바뀌었어.
시간을 다시 돌려도,
나는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거야.
그 길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엄마가 몰랐던 내 삶의 통증은
그저, 내가 감당해야 할
내 선택의 몫이었을 뿐이야.
행복한 일은
가족과 나눌 때 두 배가 되었고,
아팠던 일은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애써 삼켰어.
엄마 역시도 그랬었지.
엄마는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안 괜찮은 걸 알아도
괜찮다고 믿을 수 있었어.
그 조용한 버팀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고,
더 강해질 수 있었어, 엄마.
그러니 더 이상,
그때 함께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당신의 잘못으로 여기지 말아 줘.
당신은 언제나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야.
엄마, 그리고 아빠.
나는 잘 살아가고 있어.
당신들이 내게 준 사랑 덕분에,
그리고 우리가 함께 견뎌낸 시간의 힘으로.
그러니까—
더는 걱정하지 마.
정말이야.
⸻
그리고 이제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요.
내가 걸어온 길과
당신의 길이—
결국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거겠죠.
혹시 지금,
그 시절의 상처가 아직도 아프다면
부디 믿어줬으면 해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존재하는 거라고.
아직 덜 아물었더라도,
언젠가는 그 기억에도
감사할 날이 올 거예요.
우리 모두는
그렇게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중이니까요.
⸻
죽고 싶었던 날들.
끝내고 싶었던 마음들.
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다.
남겨진 슬픔만 다시 살아난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어둠은 스스로 걷지 않는다.
우리가 걸어야,
빛에 닿을 수 있다.
잊을 수 없다면,
부드럽게 덮자.
가장 날카로웠던 기억조차—
견딜 수 있을 만큼,
조금씩 무뎌질 때까지.
괜찮다.
또 무너지더라도 괜찮다.
나는 그렇게 견뎠고,
당신도 분명히 견뎌낼 것이다.
그러니,
다시 숨 쉬자.
계속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