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휘둘리고 말았다. 그건 별 의미 없이 툭 치고 간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게 주려던 것이 아니라, 그냥 던지고 보니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던 거 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깊게 생각할 따위 없는, 그냥 그러려니 넘기면 되는 일일뿐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별 의미 없는 말이 내겐 어떤 의미가 되어버렸으니. 그 시큰둥한 표정이 내겐 깊은 상처를 새겨놓았으니. 살짝 스쳐버린 것이 꽤나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찮은 나의 마음이란 것이 반응하고 말았다. 어쩌면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봤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까. 그동안 내가 나를 위로하던 시간을 지우고, 그동안 내가 나를 다독이며 붙잡던 감정을 눌렀다. 마치 처음부터 괜찮지 않았던 것처럼, 애초에 괜찮은 적은 없었던 것처럼. 텅 빈 소리를 내는 의미를 찾았다. 다 죽어가는 빛을 내는 상처를 들춰냈다.
이젠 누군가 던지고 가버렸던 그 의미는 그리고 상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만든 의미와 상처들로만 가득했다.
단단해지는 것은 오로지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지만 위태로워지는 것은 방향을 가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