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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삶의 빛이었다 *

폭언. 폭력. 가스라이팅. 착취의 지옥

by 최은아 Choi ena



반려인들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반려동물이

가장 특별할 것이다.


나에게는 모카가 그러한 존재다.

첫 반려견이자, 언제나 내 곁을 지키던 아이.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내가 어떠한 일을 하든,

어떠한 환경 속에 있든

한결같은 마음과 눈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던 모카.



2018년 7월 늘 웃는 듯한 얼굴의 모카





모카에 대한 나의 이야기들을 누군가는

'강아지 예찬'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내 글이 쉽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카로 인해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어야 할 시절,

나는 빛이 아닌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


수년을 이어진 그 어둠은 '지옥'이라는 단어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예상치 못한 지옥은

불행히도 피하지 못했으며,

스스로 나올 힘도 없었다.

나 스스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시간들이다.


하지만 모카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깊은 고심 끝에,


폭언과 폭력, 가스라이팅과 착취.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그 시간들을

나는 네 가지 단어로만 표현하고자 한다.

이 네 가지 단어만으로도

그 고통은 충분히 전해지리라 믿는다.




말 그대로, 숨 막히는 나날들이었다.

나 스스로 숨을 쉬는지,

살아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던 날들의 연속이었고

믿기지 않던 현실이었다.

기억을 더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이 막힐 정도로.







지옥 같은 날들 속에서 모카와 둘 뿐이었다.

가족이나 친구,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는 나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무기력해진 상태로

모든 걸 포기하다시피 지낸 것이다.




2016년 10월 24일 내 품에 기댄 모카





내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을 숨기고 내가 괜찮은 척한다면 사랑하는 이들이 괜찮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속된 폭력과 가스라이팅으로 올바른 사고나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맞서 싸운다거나 그 사람을 자극한다면,

뉴스를 통해 접하던 사건들처럼

우리 가족이나 모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장 두려웠다.


지옥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침묵과 함께 숨죽여 지내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 사람은

내가 모카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도구로 삼기도 했다.

말 못 하는 아이가 폭언을 듣고,

때로는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카는 이러한 폭력의 시간 속에서

단 한 번도 움츠리거나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숨거나 도망을 가지도 않았다.




내가 무너져가던 시간 속에서

혹여라도 내가 정신을 놓지는 않을까,

마음을 모두 잃지는 않을까

늘 내 곁에서 밝은 얼굴과 해맑은 눈빛으로 나를 위로하며 내 곁에서 나를 안아주던 아이.

나 자신을 잃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모카는 온몸으로 따스한 마음을 전하며 한결같이 나를 지켰다.




모카는 어쩌면

하늘이 내게 보내준 천사였을지도 모른다.

서로밖에 없었던 그 시절,

그 사람이 사라지기 전까지 모카와 함께 숨을 죽인 채,

서로를 지키며 지옥 같은 순간들을 견뎌냈다.



만약 모카가 없었다면

어쩌면 정신이 무너지거나

마음을 잃었을지도 모르고,

나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7년 1월 25일 내 다리에 기대서










이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심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누구나 자신의 깊은 상처를 꺼내고

다시 떠올리는 일은 언제나 어려울 것이다.

상처를 글로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기기까지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에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 나의 글로 인해,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글을 쓰기로.."


내가 깊고 깊은 곳에 묻고, 잊고 살고자 애썼던 상처를 다시 꺼내어 고백을 한다는 것은

아물었던 상처를 끄집어 내,

다시 흉터를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카가 내게 주었던 사랑과 용기 덕분일 것이다.


모카 덕분에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작지만 언제나 따스했던 한 생명이 밝힌 불빛으로

나는 지금 어둠이 아닌 빛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견 (therapy dog)




혼수상태 주인 깨운 슈나유저와 푸들 믹스견, 치료견 발탁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47062?sid=102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063254?sid=103















어딘가에서,

아픔이나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계신다면

저의 빛이 되어준 모카처럼

자신만의 빛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분명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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