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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너는 나를 지켜준 천사였어

by 최은아 Choi ena


갈색 푸들, 모카는 펫숍 출신이었다.

아기 때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던 아이.

지금처럼 펫숍과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처음 반려견을 키우게 된 나는

그저 너무 어려서 그런 줄만 알았다.



모카는 입맛도 까다롭고 입도 짧아 좀처럼 밥을 먹지 않았다.

성견이 되고 3살이 되도록 몸무게는 겨우 2kg 남짓.

조금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가며 간절히 빌고 빌었던 날들이었다.

모카는 언제나 내 마음을 졸이게 하는,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였다.


기관지 협착증, 선천적인 심장 기형.

체중 미달로 중성화 수술조차 받을 수 없던 아이.


그러다 식탐 많은 까만 푸들, 오레오가 둘째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다 빼앗기기 시작하자 제 몫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모카는 비로소 제대로 밥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먹기 위해 사는 '오레오'와

자신이 사람이라 믿는 '모카' - 2016년 7월






세 살 무렵, 드디어 3kg을 넘기고 오레오와 함께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마취도 잘 깼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 모카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토했다.

초록빛 담즙까지 쏟아낼 때,

나는 모카를 둘러업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처치를 받고 안정되었지만 나는 밤새 아이만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결국 동물병원 원장님은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모카가 아니라 보호자님이 더 걱정돼요. 보호자님 괜찮으세요???




돌이켜보면 참 유난스러웠던 초보 집사였지만,

모카라면 뭐든 그랬다.

처음부터 너무나 소중한 아이였으니까.





2016년 7월 중성화 수술 후에도 도도한 그녀, 모카





몸은 약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단단하고 용감했던 모카.


새벽이면 우리 집 디지털 도어록을 누르는 인기척에 혼자 얼어붙어 있던 나를 지키겠다고

하찮은 목소리로 맹렬히 짖어대던, 작은 경비견.


그 순간부터 모카는 나를 지키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람인 줄 아는 푸들, 모카.

그리고 모카와 떨어지면 불안해지던, 푸들 같은 나.

서툴렀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우리.

그렇게 서로를 지켜낸 12년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봅니다.




이야기 안에서 모카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반려동물과 그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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