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오, 둘째를 들이다
밝은 성격, 예쁜 외모에 영특하기까지 한 모카는
화장지를 뜯는 정도 외에는 크게 사고를 치는 일이 없는 착한 아이였다.
다만, 매일같이 나를 가슴 졸이게 만들었던 건 다름 아닌 밥이었다.
내가 입이 짧고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모카는 나보다 더 까다로웠다.
한참 성장기인데도 기호성이 좋다고 소문난 어떠한 사료도 먹기를 거부했다.
밥때마다 사료 한 알이라도 더 먹이려고 달래고 빌며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소용이 없었다.
입안에 직접 넣어줘도 받아먹은 척 시늉만 하고는 툭! 하고 무심한 듯 뱉을 때마다 속이 타들어갔다.
매일매일이 밥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공복토를 늘 달고 살았고, 체중은 도통 늘지를 않아 3살이 되어서도 겨우 2kg 정도.
2016년 3월 21일
옷 입히는 중에도 너무 귀여워서♡
조금 먹는다 해도 양쪽 귀는 늘 새빨갛게 붓거나 귀지에 진물까지 폭발.
동물병원도 여럿 전전했지만 선생님들마다 동일한 소견인 '식이 알레르기'.
평생 처방식만 먹어야 하며 간식도 금지라고 하셨다.
먹기 싫어서라기보다 먹은 뒤 알레르기로 몸이 괴로워 먹지 못한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프고, 간식까지 금지라니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처방식은 비싼 가격보다도 기호성이 현저히 떨어져 먹이기가 더 어렵고 힘겨웠다.
국내외 처방식들을 뒤져 모카 입에 맞는 것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한알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모카는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다.
거기다 영리한 모카는 밥을 다 먹으면 내가 출근을 한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나와 떨어지기 싫어서 아침에는 일부러 더 밥을 거부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야말로 모카와 나의 밥전쟁이었다.
이런 나의 전쟁을 알고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셨다.
“둘째를 들이면 경쟁심에 밥을 잘 먹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첫째를 떠나보내야 할 때, 둘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어요.”
미처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나와 모카에게 좋을 듯하여 고심하던 중 일반 가정에서 태어난 모카와 똑 닮은 까만 푸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본 순간, 이 아이는 자기 몸만 한 사료 봉투를 입에 물고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오! 식탐이...!’
그 모습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까만 털 속에 크림색과 갈색 털이 섞여있어 오레오 쿠키가 떠올라 '오레오'가 되었다.
2016년 4월 20일
애교 넘치는 에너자이저 먹깨비 '오레오'
오레오를 둘째로 들이며 합사 과정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모카는 오레오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따뜻하게 둘째를 받아주었고,
둘은 금세 모든 걸 함께 했다.
모카는 사랑이 넘치는 아이였다.
2016년 12월 6일
모카를 늘 따라 하던 오레오, 언제나 함께였던 둘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레오가 성장하면서 점점 모카의 밥까지 빼앗기 시작하자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던 모카가 마침내 분노를 표출했다.
그때부터 자기 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먹기 시작했고, 오레오가 온 지 몇 달 되지 않아 모카는 드디어 3kg을 넘기게 되었다.
나랑 모카와의 3년이 넘는 밥 전쟁은 드디어 종전을 맞이하였다.
모카와 오레오는 외모만 닮은 게 아니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행동과 표정까지도 닮아갔다.
내가 외출할 때마다 혼자 남겨졌던 모카는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레오 역시 늘 모카와 함께하며,
세상에 혼자인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오레오를 가족으로 맞이한 것은
모카에게도, 나에게도—
행복이었고,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