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와줘서 고마워
어려서부터 나는 동물 친구들이 무척 좋았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작은 생명체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바빴고, 눈길은 늘 그들을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부모님은 반려동물을 허락해주시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 몰래 고슴도치를 데려와 키운 적도 있다.
물론 방에서 함께 놀다 들키고 말았지만...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에서 동생과 댕댕이들
시간이 흘러,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열정 페이만 받고 겨우 버티던 혹독한 서울살이.
꿈을 향하던 시절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지쳐있던 무렵,
2013년 2월 20일 나는 갈색 푸들을 만났다.
케이지에 갇혀 있던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유독 밝은 표정과 몸짓으로 눈에 띄던 아이였지만
다른 강아지보다 두 배는 큰 덩치 때문에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아이라고 했다.
대부분 작디작은 강아지를 선호한다고...
참 이상했다.
내 눈엔 그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빛나 보였으니까!
케이지 안에 갇혀 있던 이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두 발로 일어나
웃는 표정으로 온몸을 흔들며 마치 춤을 추듯 내게 손짓했다.
정말 유난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없었고, 삶에 지쳐 있던 터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는 내게 아이는 마치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힘없이 웅크려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아이만 환하게 웃는 듯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나를 향한 춤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한참만에 입양을 결정.
하지만 내가 아이를 입양한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날 선택하고 간택한 것이었다.
커피를 좋아해, 따듯한 갈색 털이 모카라테가 떠올라 '모카'라 이름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2012년 12월생이라 했으니, 생후 4개월쯤 내 곁에 온 것이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외출할 때 혹여라도 다칠까 봐 울타리 안에 넣어두고 나간 어느 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 안에서 신나게 뛰놀던 모카가 깜짝 놀라 울타리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얌전히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는 시치미를 뚝 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울타리를 스스로 넘나들던 연기천재, 모카
그렇게 모카가 가족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새벽녘에 누군가 우리 집 디지털 도어록을 눌렀다.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너무 놀라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굳어버렸다.
그런데 고작 네 달 된 작은 모카가 쏜살같이 현관문으로 달려가 온몸으로 짖었다.
1kg도 되지 않는 작은 강아지의 하찮은 짖음이었지만 그 순간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큰 울림이었다.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불청객.
불규칙적인 방문으로 신고도 어려워 새벽마다 잠들기 어려웠든 날들..
모카가 성장할수록 짖는 소리가 커지고 단단해지자 다행히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모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 나와 우리 집을 지키는 든든한 존재였다.
2013년 4개월령, 하찮도록 작지만 용감한 모카
모카는 나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천사였을지도 모른다.
겁 많던 나는,
모카만 곁에 있으면 두려움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