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진실-펫숍과 강아지 공장
모카는 내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좀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은 손을 잡고 함께 온다더니,
기관지 협착증에 약간의 심장 기형까지 있다고 했다.
식이 알레르기 하나만으로도 불편할 텐데..
모카를 돌봐야 하는 나보다도 모카가 느낄 불편함에 더 애가 달았다.
2016년 왼쪽: 모카 / 오른쪽: 오레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불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게 와닿았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의문이 불편한 진실로 나를 이끌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밀집 사육되는 번식견들 / 사진: 동물행동권 카라 (2023년)
답은 구조 안에 있었다.
반려동물을 상품처럼 거래하는 펫숍과, 그 뒤에 자리한 ‘강아지 공장’(Puppy Mill).
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해 온 불편한 진실이었다.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만드는 구조 안에서는 아이들의 건강이나 사회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2023년 환경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불법 번식장은 1,400마리가 넘는 개체를 한꺼번에 사육하며 제대로 된 위생이나, 기본적인 관리조차 없이 수년간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http://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6986#_enliple
(오로지 이윤을 목적으로 공장의 대량생산과 같은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상품으로 취급되기에 '강아지 공장'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오직 ‘상품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이 그저 작고 귀여운 강아지만 선호한다고, 성장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게 먹일 뿐만 아니라 겉모습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바로 폐기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쇼윈도에 상품처럼 진열된 아이들은 어미와 일찍 떨어지고, 제대로 먹지도 못 해 기운이 없어 잠을 자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선천적으로 면역력은 약하고 알레르기, 기형 등의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임신과 출산만 반복한 어미견으로부터 사회화를 배우지 못한 채 우리 곁으로 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모든 책임은
‘가족이 된 반려인들’에게로 넘어간다.
냉동고에서 발견된 93구의 사체 / 사진: 동물행동권 카라 (2023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파양 되고,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학대나 유기로 이어지고
반려견은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다시 취급된다.
생명을 쉽게 사고파는 구조가,
결국 생명을 쉽게 버리는 사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책임의 끝에는,
늘 상처 입고 꺼져가는 작은 생명들이 있다.
강아지 공장과 상품화된 구조는 사라져야 한다.
동물보호 단체들의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를 넘어, 생명에 대한 사회 전체의 책임 의식과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모카는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모카의 생일이 정확한 것인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평생 약하고 삶이 불편했던 모카,
그리고 이 아이를 돌보며 끝까지 책임지게 된 나.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카는 내가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밝혀줬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강아지가 아니라,
‘한 생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생명의 무게와 책임감뿐만 아니라 함께라는 기쁨 그 이상을 알려준 존재다.
그 아이가 건강하든, 예민하든, 기대와 다르든
함께 하기로 한 순간부터
아이의 생은 반려인의 책임이다.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310011113001#c2b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1022086500051
MBC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62017_36515.html
모카와 같은 모든 아이들이
따뜻한 손에서 태어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사랑받으며 살 수 있기를.
생명이 물건으로 거래되지 않는 세상-
가족을 절대 버리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올바른 입양 문화가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