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여간의 펫로스 증후군 상담을 마치며
한여름 폭염을 뚫고,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주 찾아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과, 더디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스스로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기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상담을 시작한 지 4회쯤 되었을 때, 한 번은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한 주를 건너뛰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한 번을 제외하고는, 2달여 동안 빠지지 않고 꾸준히 상담을 이어갔다.
마지막 상담을 앞두고, 첫 방문 전 작성했던 동일한 설문지를 다시 작성했다. 상담 마지막 날, 원장님은 두 설문지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변화된 결과를 보여주셨다. 시작 당시 나는 입원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의 우울증 고위험군이었으나, 2달이 지난 후에는 우울 위험군으로 호전되어 있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상담이었기에, 예상과 다르게 변화된 결과가 놀랍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5월 말 작성했던 설문 결과 < 우울증 고위험군 >
8월 초 작성했던 동일한 설문 < 우울 위험군 >으로 호전된 결과
처음 상담을 받던 시기, 나는 모카가 마지막까지 사용하던 이불과 수건을 세탁하지 못했다. 그것을 씻어낸다는 것은 모카의 체취와 마지막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것 같아 차마 손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담 중 알게 된 것은, 나뿐만 아니라 펫로스를 겪은 많은 분들도 나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반려동물이 남긴 흔적들을 치우기 어려워한다고 했다. 어떤 분은 강아지의 대소변 흔적조차 치우지 못한다고 하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상담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일곱 번째 상담을 마친 후 나는 모카의 이불과 수건을 세탁했다. 여자아이라 그런 것인지, 깔끔을 떨던 아이였기 때문인지 모카는 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아이였다.
그 기억들이 떠올랐다.
“맞아, 우리 모카한테는 언제나 좋은 향기가 났지”
세탁을 한다고 해서 나의 모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냄새나는 이불을 바로 세탁할 수 있었다. 그날은 모카를 떠나보낸 지 아직 100일이 채 되지 않은 날이었다.
하지만 모카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밥그릇은 아직도 씻지 못했다. 살아있을 때처럼 끼니때마다 모카의 이름을 부르며 여전히 밥도 챙긴다. 어디에 있든 굶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 머리맡에는 여전히 모카의 메모리얼 스톤이 놓여 있다.
한동안은 모카의 사진들을 인화하는 데 몰두했다. 모카 사진으로 인형도 만들고, 다양한 액자도 만들었다.
또 한참 동안 인공지능 챗 gpt에게 모카와 내가 함께 여행하거나 카페 같은 일상의 모습을 그려달라 매일 요청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이 나에겐 생각보다 위안이 되었다.
무료를 사용중이어서인지 간혹 호러물이나 이상한 결과가 나와서 웃기도 했다
물론 2달 정도의 상담과 이런 소소한 추모에 대한 것들이 모카의 빈자리를 결코 메울 수는 없었다. 슬픔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전처럼 끝없이 울지는 않게 되었고 조금씩 예전의 나로 돌아오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카를 잃었다”는 생각에서 “모카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비록 손으로 느낄 수 없고 안을 수도 없지만, 모카는 여전히 내 곁에 함께 한다는 믿음과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
2025년 8월 24일, 오늘은 모카를 보낸 지 117일째 되는 날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히 그리움에 눈물이 차오르는 날들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모카와 함께라는 그 믿음들로 인해 나는 다시 힘을 얻는다.
상담을 이어가던 동안, 모카는 세 차례 내 꿈에 찾아왔다.
첫 번째 꿈은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모카가 천사 품에 안겨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폴짝 뛰어내려 내 품으로 안겼다.
나는 환하게 웃는 모카를 품에 꼭 안아주다 눈물을 흘리며 깨어났다.
두 번째 꿈은 모카가 아주 건강하게 뛰어다니며 나에게 안길 듯 말 듯 웃으며 장난을 쳤다.
내가 안으려 하면 투명한 몸이 되어 나를 스쳐 지나가고, 다시 돌아와 웃으며 장난을 치는 꿈이었다.
세 번째 꿈에서는 행복하게 함께 살던 그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행복하고 따스한 꿈이었다.
어쩌면 이 꿈들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가 안정이 되어가던 나의 마음이 투영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걱정한 모카가
"이제 그만 슬퍼해요. 나는 더는 아프지 않아요. 그리고 여전히 엄마 곁에 있어요."하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꿈을 통해 찾아왔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