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어제 준호와 30여 분간의 통화를 마치고, 현주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헛된 망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이곳과는 이별해야겠구나.’
010-XXXX-XXXX
실장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통화 연결음이 들리는 내내 가슴이 콩닥거린다. 어제부터 계속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하며 그만둔다고 하지? 갑자기 이사를 한다고 할까? 애들이 아파서 입원했다고 할까?’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 봐도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 이제 더는 못 다니겠다고.’
실장이 전화를 받는다.
“네~ 현주씨. 일요일인데 무슨 일이에요?”
“아~ 실장님, 저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해서요. 회사를 못 다닐 것 같아요.”
“이렇게 갑자기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러면 곤란한데.”
“실장님. 갑자기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이유를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거짓말을 하기 싫어요.”
“네. 말씀해 보세요.”
“회사 분위기가 저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큰소리가 나면 심장이 벌렁거려요. 저 더 이상은 그곳에서 일을 못 할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실장의 한숨소리가 들리자 현주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줄을 모른다. 정적이 잠시 흐른 후, 실장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 회사 분위기가 조금 그렇긴 하죠. 그래도 현주씨가 와서 나는 정말 좋았는데. 같은 아줌마라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일도 척척해내는 현주씨랑 같이 오래 일하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실장님 죄송해요. 많이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에요.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말이 없어요.”
“흠... 일단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통화를 마친 현주의 겨드랑이와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가득하다.
며칠 후, 실장이 전화를 걸어 왔다.
“현주씨, 월급 정산해서 보냈어요. 그런데 출석부 기록에 하루 결근했던데…. 맞나요?”
“실장님. 전 결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아시잖아요. 업무일지 보시면 확인이 가능할텐데.”
“그런데 사장님이 출석부에 기록이 안 되어있는 건 정산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거 빼고 넣었어요. 미안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현주는 실장에게 말해봤자 해결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전화를 끊었다.
통장을 보니, 결근 하루치 빼고, 계약서도 쓰지 않았는데 야무지게 소득세 3.3%까지 떼고 급여가 들어왔다. 현주는 마음속으로 침을 뱉는다.
더럽다. 더러워 퉤 퉤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