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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투병기(1)

by 한보물



나는 나에게 암이 찾아올지 몰랐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었다.


처음 시작은 코로나 후유증이었다.

목이 꽉 막힌듯한 느낌에

귀 뒤에 있는 림프선까지 눈에 띄게 부어

단순 염증이겠거니 싶었다.


회사 점심시간에 점심을 포기하고 병원에 갔다.

그리곤 상태를 설명 한 뒤 목초음파를 받기 시작했다.


"염증이 있으시네요. 어라..?"


목 초음파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의 손이

갑자기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한쪽 부분을 계속 살펴보시면서 갸우뚱거리시는 모습에

대체 왜 그러시는지 궁금해하던 찰나


"어.. 종양이 있는데 모양이 너무 안 좋아요."

"가족병력은 있으신가요?"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갑상선암이 의심된다며

소견서와 파일을 주시곤 근처 대학병원을 추천해 주셨다.


림프염증이겠거니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간 건데

내가 암일 수도 있다니..


처음엔 정말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사로 다시 복귀해

업무를 하고, 평소와 같이 퇴근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일하느라 미뤄왔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암이면 어떡하지?"

"회사에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오갔지만

결국엔 답은 하나였다.


일단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자.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했다.

그러니 보통은 수술해도 예후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해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 불안해봤자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 상황에서 마음 놓고 불안해하는 건 사치였다.


내겐 나의 건강을 신경 쓸 여력보다

앞으로의 회사생활과 수술로 인해 들어갈 돈들이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내 걱정들이 무색하게도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퇴사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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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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