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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r 20. 2024

아프니까 중년이다

이 또한 예전의 그들과는 다를 것이다.

예전 어른들 말씀에 '한 해 한 해가 달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많다.

얼마 전 까지는 그 말을 실감을 못 했는데 작년과 올해. 내 몸의 컨디션이 예전과 다름을 매일 아침마다 느낀다.


우선 아침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반대로 취침시간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6시 20분이면 칼 같이 일어나던 일상은 옛일이 되어버렸다. 취침 시간은 늘었으나 취침의 질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새벽에 갑자기 깨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날 때 몸이 천근만근이다. 어깨, 허리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묵직함.  그 묵직함이 아침 상쾌함을 압도한다.


매일 챙겨 먹어야 할 건강보조제가 늘어간다.

종합비타민, 오메가 3은 기본. 세월이 가는 속도만큼 건강보조제의 양도 비례해 늘어간다. 먹어서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안 먹으면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기분 탓인지 아닌지 그 마저도 모르겠다.


가끔 출근길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출근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차키나,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내려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주차장에서 생각이라도 났으니 다행이다 싶다. 어쩔 때는 사무실 현관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가 있다. 출입증을 두고 온 경우도 가끔 생기니. 한숨만 나올 때가 있다.


어느 날부터 휴대폰 번호가 외워지기 않는다.

거의 매일 보는 직장동료, 업무로 자주 연락해야 하는 협력기관 파트너들의 번호가 안 외워진다. 가끔은 아들 휴대폰 번호가 헷갈릴 때가 있으니 이 또한 마주한 현실. 편리해진 스마트한 기계의 무한 저장능력에 의지해 가는 내 모습에 애처로울 때가 있다.  




그러나,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대화의 주제가 건강이 되어버렸다.

친한 친구, 동료들과 대화할 때 마가 '건강'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가성비 좋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병원부터, 최근에 건강검진을 하다 용종 몇 개씩은 떼어냈다는 이야기, 지인들의 투병이야기 등 등.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와 주위 친구들이 하나둘 안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돋보기 기능이 들어간, 일명 다초점안경이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들 그렇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책을 보는데 글씨가 흐릿해 보여, 안경을 벗고 책 속으로 파고 들어갈 듯 눈을 가까이 대고서야 글씨가 선명하게 보일 때. 그렇게 노안의 시작을 알게 됐다.


가끔은 가족들 몰래 땡땡이치는 친구들이 늘기 시작했다.

주말 또는 휴일에 아침 일찍부터 갑자기 연락하는 친구들이 늘었다. 대부분 가족들에게는 하얀 거짓말(?)을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다. 그렇게 거짓말이라도 해서 소탈한 일탈을 꿈꾸는 친구들. 기껏해야 주말 아침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하며, 무미건조한 직장이야기부터, 국회의원선거,  프로야구 시범경기 결과 등 세상의 모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낸 뒤, 홀로 스크린골프를 쳐도 즐겁다는 친구들이 늘었다.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가끔은 안쓰러울 때가 있다.

쉬고 싶어도 잘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생겨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너무 팍팍하지나 않았을까.

시간이 갈수록 몸도 아프고 마음도 불안하고... 어쩌면 인생의 과정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변화의 중심에 있지 않을까. 우리 부모 세대가 겪었던 그 세월과는 분명히 다른 '하루하루 급변하는 오늘의 세상'에서 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결국 Well-dying을 위해서 Well-aging을 꿈꿔본다.

 Well-aging 없는 Well-dying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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