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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파트를 산 이유

by 제이드


아무래도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갑자기 아파트를 사야 했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인 집안 사정, 사실 그것은 부모님의 이혼을 의미했다.


부모님은 연애를 통해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고 아빠는 결혼 후 약 2년 뒤 해외로 돈을 벌러 갔다. 언니가 막 돌이 지났을 때라고 했다. 그 시절에 시댁이든 친정이든 육아를 도와주는 집안이 있었겠는가? 비록 아빠가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는 고생을 자처했기에 조금 더 돈이 모여서 연탄 때는 집에서 아파트로 갈 수 있었던 거라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를 혼자 일하면서 돌봤을 엄마의 처지가 얼마나 고되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혹시 그것부터 은은하게 문제가 되었던 건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기억이 생생한 시기 중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느꼈던 순간은 없었다. 사실 난 내가 태어난 것도 좀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꾸준히 일을 했고 육체노동을 하던 아빠가 힘에 부쳐 종일 집에 있기 시작한 이후로는 엄마가 손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었으니, 그렇게 같이 있을 기회를 결과적으로는 줄이면서 부모님의 혼인 관계가 유지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 와중에도 부모님은 꽤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 한밤중에 창문 밖을 바라보며 종교도 없는 주제에 기도를 올렸던 학창 시절의 한 구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빠는 몇 번 외도를 했다. 그런 관계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는 나도 엄마도 확실하게는 모를 것이다. 그러나 엄마를 통해 본 증거와 고작 몇 년 전에 벌어진 사건만 따져도 최소 두 차례 아빠는 잘못을 저질렀다. 여기에 최근엔 상당히 민망한 방식으로 아빠의 죄(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가 드러났고 그것을 직접적인 계기로 하여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진지하게 집을 몇 번 나가기도 했던 데다 몇 년 사이 화병으로 의심되는 질병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나는 엄마와 살기를 택했다. 아빠는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분명한 잘못을 저지른 죄인을 참아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솔직히 아빠의 성격도 같이 살고 싶고 잘해주고 싶은 타입이 아니다. 그래도 부모와 자녀는 과학적으로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데다 행정적으로도 서로의 연관성을 지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빠에게 안부 메시지는 종종 보내고 있다. 아빠가 변할 거라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다만 나의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둘만의 집을 장만했다. 딸은 가장이 되었고 엄마는 자유를 얻었다. 양쪽 모두에게 결코 무효화할 수 없는 전환점이 생긴 셈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삶을 살기에 늦은 때는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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