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꿀물처럼 다디단 미음

by 런던 백수
솔직히 말해 내가 단식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단식이 끝난 뒤에 꿀물처럼 다디단 미음 물을 먹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간장의 기막힌 간기에 매료되기 위해서, 죽과 젓갈의 새로운 조합을 맛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단식이 짧은 죽음이라면, 단식 후에 먹는 죽과 젓갈은 단연코 부활의 음식이다.
권여선 [술꾼들의 모국어]

단식을 해본 적이 없다.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든 몸매를 가꾸기 위해서든 건강상의 혹은 종교적인 이유에서도.


일부러 곡기를 끊을 정도로 그렇게 의지가 강하지도 않고 외모에 목을 매는 편도 아니니까.


그런데, 한동안 굶은 뒤 먹는 죽이 그렇게 다디 달고도 달단 말이지? 하긴 바짝 마른 입에 냉수만 들어가도 달고 시원한데 굶주린 입에 들어가는 죽은 얼마나 달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굳이 굶을 것까지야. 그냥 죽 한그릇 먹자. 짭쪼름한 젓갈과 함께.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1화강아지풀 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