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라." 내가 말한다. 갑자기 나의 무지에, 까마득히 넓은 '알지 못함'에 삼켜지는 기분이 든다. 그 까마득함 밖에는 일어날지도 모를 온갖 나쁜 일들이 있다. 그때, 어느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그 까마득한 어둠을 밝히는 별들. 어쩌면, 아름다움도 무지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나는 혐오한다.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배우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큰소리 치는 사람들. 진짜 전문가를 앞에 두고도 자기가 다 안다는 듯이 가르치려는 완고함이 싫다.
소설 속 자폐인이 보여주는 무지에 대한 인식을 보라. 맞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당연히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동시에, 무지는 자연스럽다. 무지는 잘못이 아니다. 고집불통이 꼴불견일 뿐.
위안이 된다. 오늘도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걸어들어가보자. 어쩌면 예상 못한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