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for Youth Proms 2024
Music for Youth Proms. 한국어로 하면 청소년음악축제 쯤 되겠다. 1971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11월 27일 28일 이틀간 로열알버트홀에서 진행됐다. https://www.mfy.org.uk/get-involved/prom-2024/
영국 전역에서 어린이부터 21살 이하 청소년들까지 3천 명 가량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 록밴드, 랩, 난타 혹은 사물놀이 비슷한 타악기 합주와 태블릿에 담은 음악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중증 장애인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순서도 있었다.
음악적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음악 하는 즐거움, 함께 준비하고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 객석에서 터져나오는 박수로 느끼는 감동을 함께 경험하는 엄청난 자리였다. 게다가 장소가 무려 로열알버트홀이다.
10살 딸 아이는 학교 합창단과 함께 참여했다. 여름 내내 BBC 프롬스에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했던, 그 무대에서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며 감동했던 우리 가족에게는 딸의 목소리가 바로 그 무대에 올라가는 특별한 날로 기억 되었다.
공연은 7시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아침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가 로열알버트홀 바로 근처니까 오전부터 시작이지 먼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전날부터 왔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아이는 이른 점심을 학교에서 먹고 걸어가서 낮부터 리허설에 참여했다. 리허설 후에는 학교에 돌아와서 좀 쉬다가 본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한 번 행사에 참가자 천오백 명에 인솔 교사와 스태프, 로열알버트홀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2천 명이 참여하는 대형 이벤트다.
아이들 행사니까 학부모들이 응원하러 객석을 메웠다. 먼 지역에서 오는 아이들은 기왕 차가 오는 김에 친구들도 함께 온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친 김에 수학여행? 암튼 알버트홀 주변은 축제 분위기다.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
해안도시 콘월에서 온 청소년 밴드 클라이드 러브. 미소년 리드보컬은 제법 팬덤도 있는 것 같았다. 뭐랄까. 비틀즈도 저 아이들 나이, 15, 16살 때는 저렇게 풋풋했을까 생각이 들었달까. 객석 우리 옆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있는 힘껏 환호를 보내줬다. 큰 무대에 올라 긴장한 탓에 실력 발휘는 못 하는 것 같았지만. 음이탈이 좀 나면 어떤가. 브릿록의 미래로 자라나렴.
이 흑인 친구들은 랩을 선보였다. 한국의 고등래퍼 애들은 되게 잘 하는 거였구나. 우린 극도의 경쟁 속에 수준이 엄청난 음악들을 듣고 있었나보다. 이 친구들 랩은 귀여웠다. 맨 오른쪽 래퍼는 랩과 노래 중간쯤 되는 재미난 창법을 보여줬다. 잘 다듬으면, 멋을 좀 장착하면 폭발력이 있을 수도 있겠더라.
진지한 4중주. 맨 왼쪽 바이올리니스트는 준수한 실력을 보여줬다. 첼리스트는 나중에 흥에 겨워서 악기를 한바퀴 빙글 돌려줬다. 음악을 즐기자! 이건 축제야! 긴장은커녕 무대를 찜쪄먹는 10대들이 귀엽다.
난타 같기도 하고 사물놀이 같기도 했던 박스 비트 연주. 아이들이 정말 신나 했다. 한국 사물놀이패를 데려다가 꽹과리랑 징 소리로 혼을 한번 쏙 빼놓으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흥이 나면 상모 돌리기도 한판 보여주고!
천오백 명이 참여한다는 건 무대와 합창단석은 물론이고 객석 일부까지 아이들이 앉아야 한다는 뜻이다. 피날레로 선보인 Earth, 지구라는 곡은 참가자 전체가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초대형 작품이었다.
올해 청소년음악축제의 주제는 친절. 그리고 피날레는 지구. 잔잔하기도 하고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한다. 세계시민이자 지구인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 여정에 음악이 든든하고 단단하고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라고 나는 해석한다.
예전에 로열알버트홀에 연주를 들으러 갔다가 복도에서 발견한 1994년 스쿨스프롬 포스터. 이 한 장으로 행사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학생 행사로 시작되었다가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까지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되었다.
서울에서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기획을 한다면 어떨까. 혹은 광주에서, 옛 전남도청 같은 곳에서 5월에 해봐도 좋겠다. 전국의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벌이는 음악 축제.
순위는 매기지 말자. 같이 노래하고 춤추자. 우리라고 못 할 게 뭐란 말인가. 참가자를 어떻게 골랐느니, 무슨 특혜가 있느니 온갖 잡음이 날 것만 같은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