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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소재이야기
16화
소소재 열 다섯번째 이야기
소망
by
진솔
Jul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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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재에서 20여분정도 거리에 화엄사가 있다.
화엄사를 다시 찾은건 25년이 지난듯 하다.
어렴풋이 남은 기억과 새로이 단장되고
더 많은길을 내고 더 많이 웅장해진 화엄사
그중 산책 코스로 가장 가까운 연기암을 택해
발걸음을 향했다
.
대나무길로 시작된 둘이 걷기 좋은길이다.
사람 발 하나 내 딛기 좋은 돌들부터
사람 등짝마냥 등곱은 넓은돌까지
이 수만개의 돌 들과
수 천개의 계단을 올라야 닿을수 있는길
오며가며 잠시 스치는 인연에 손을 합장하여
잠시의 인연을 표한다.
오늘의 잠시가 몇천년 코를 박고 누운 돌같은
시간이었을지 모를 만남이니 어찌 그냥 지나 칠수 있을까
자식들의 소망을 이고 지고 오르는 계단길을
오른 어미 보살은
높이 높이 메달고 불을 밝히고 올 소망이 힘에
겨운줄도 모르고 몇천개의 돌계단을 오른다.
붉은 해가 넘실대고
등짝에 폭포수 같은 땀줄기를
닦아내며
사방 팔방 날아드는 모기떼를
휘저으며
수차례의 수천개 돌을 밟아 오른 길
내일 또 떠오르는 소망을 달기 위해
발아래 돌 하나 하나를 정성스레 밟는다
생각의 욕심이 커지고
마음이 복잡해 지면
그 길은 더이상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 하는 위험한 길이된다.
오직 자식이란 소망 하나를 되네이며
걷고 오른다.
누군가의 고난으로 만들어진 계단길을
오르며 그들의 노고와 고난에 경의를 표하는
신중함을 내어 한걸음 조심스레 발길을
내어야
한다.
또하나의 인연이 스쳐간다
일찌감치 속세를 벗어던진 젊은 수행자가 돌계단을
내려가며 머리를 조아린다.
저리 일찍 무거운걸 벗어 던지는 현명함에
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잠시 아들의 나이와 비슷하려니 느끼며
야무지지 않고 세상 모르는 아들을 생각하며
욕심낀 내마음이 하마터면 발끝을 삐끗 할 뻔했다.
복잡하고 욕심낀 생각은
저 아래 벗어놓고 올라야 하는길이다.
대숲을 지나니 며칠동안 내린 많은 비가
또 하나의 장관을 선사한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시원한 바람을
선물 한다.
무더위 속에 저 시원한 바람 한점에 또 한번의
합장을 한다.
바람 한점을 선물 받고
기억의 카메라에 산사의 정적을 담아 두며
주의를 잠시 돌아 숨을 내쉬어 본다.
누군가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돌 위에 올려 놓고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고
계곡 아래를 살핀다.
왜?
아니...
혹시 모를 사단을 입밖으로 쉬이 꺼내지 못하고
주저한다.
왜?
죽으러 갔을까봐?
그래도 혹시 모르잖어
어여와
그래도...
신발이 안쪽으로 향해 있잖어
그게 왜?
사람은 자기 갈 곳을 향해 신발을 벗어 놓거든
아마 맨발로 산에 오른 모양이야
걱정 말어~
산자의 길은 방향이고 신호다.
앞뒤 제어 볼것 없이 계곡 아래로 뛰어들자가
신발을 저리 정성스레 벗어 놓았을꼬
것두 계곡 쪽이 아닌 돌계단을 향해 말이다.
그리 한참을 오르다 보니
정말 신발 벗은 행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왔다.
땀을 흘리는걸 보니 열씸히 살고자 하는 이가
틀림없다.
남편도 안심이 되는 듯
합장 하며 또 하나의 인연을 잠시 마주한다.
모르는 이의 염려와 안위를 건내 준 보시다.
2키로 남짓한 오직 돌계단으로만
내어진 이길이 놀랍기만 하다.
누가 저 많은 돌들을 저 높은 곳까지
옮겨 놓았을까?
놀라움보다
한발 한발 신중을 기해
조심히 천천히 올라 그들의 노고와 염원을
실어 부처님전 앞에 그들의 소망을 나르는
발걸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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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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