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해주세요~

by 진솔

드럼을 구매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잠시 막힌다.

말없이 운전대를 꺽으며

"회 한접시 할랑가?"

우측 도로 건너편에 노량진 수산시장이라고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씨익 웃음으로 답한다.

2층 주차장으로 차를 주차하고는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집 근처 가락시장과는 사뭇 다른 규모다.

넓은 규모에 비해 손님보다 상인이 많은 그곳의 눈의 속도는 빠르게 흘러간다.

가락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생 참치와 커다란 민어가 제철인듯 가게 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드러누워 있는 풍경도 신기했다.

일단은 둘러보자며 한바퀴 돌아보았다.


저마다의 물건들에 빛을 실키위한 분주함과

지나는 손님과 눈을 맞추는 노력들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삶의 현장이다.

가지수도 물건의 종류도 비슷한 그곳에서

이제 남은 일은 손님과 눈이 맞추어져서

가격을 흥정하는 일 뿐이리라.


남편이 묻는다.

참치를 생으로 잘라서 파는 광경은 처음이라며

"넌 본적있어?"

커다란 참치에 눈을 바라보며 난 답한다.

내가 부모님과 산 세월보다 당신하고 산 세월이 긴 사람이 뭔 재주로 보았겠냐고...


즉슨 유일하게 먹는 생선이 참치뿐인 그사람의 마음의 소리로 듣고

참치 살까? 했더니

대답을 생략하고

뜬금없이

"민어는 먹어봤어?"

내가 당신이 안먹어 본걸 어디서 먹냐고요?

나 당신 빼고 뭐 혼자 먹고 그런 사람 아녀~


"민어가 좋은거라며?"

거참 오늘 질문이 많다는 것은 먹고싶은것도 많은 모양이다.

"그렇댜~ 버릴것도 없이 옛날 임금님 상에나 오르는 보양식이랴~

"그래?"

우리 그럼 이번엔 몸에 좋은거 먹어보자.

참으로 오래 살고 볼일이다.


비린거라고는 냄새도 맡기 힘들어 하던 육식파의 입에서 민어를 먹자는 소리가 나오다니 말이다.

은근 슬쩍 이 쯤이면 회생각이 나겠구나 하는그사람의 눈치 빠른 미덕으로 받아들고

그래 ? 고맙다는 하이톤으로 답을 한다.


이제 무엇을 사서 먹을지 결정했으니

어느집 물건이 괜찮은지 이여사는 빠르게 눈을 굴려본다.

물건이란 자고로~


우리의 결정을 보고 있었다는 듯이 상점주인이 순식간에 우릴 향해 온다.

"오늘 민어 죽인다 카이~"

"헐"

이 세계는 웬지 무서운 세계같다.

관심법이리라.

분명 우리가 민어를 향한 손짓에 정확한 타깃을 향한 그이의 관심.


우리의 결정보다 빨리 우리를 안내하는 주인장을 우린 뿌리칠수가 없었다.

"걱정 마이소마 어?"내 마 잘 해주꼬마~

그 한마디 나를 믿어주라는 그 한마디에 손님의 마음이 사그라든다.


"민어는 한번도 안먹어 봤으니 알아서 잘 해주세요~"

알지 못하는 물건을 살때면 주인을 믿으면 될일이다.

그리고 다시 찾으면 되는 일이다.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은 당신을 믿습니다로 받아들여 세심을 기울여 줄것이다.

그런 믿는 이가 많을수록 마음에 부자가 될것이다.


그 커다란 생선을 온몸으로 바쳐 도마위에 올려 놓고서는 아가미에서 한번 배쪽에서 한번 꼬리쪽에서 한번 베어내어 껍질 쪽은 뜨거운 물로 튀겨내어 정성스런 칼질을 해내어 포장을 한다.

"아지매가 나를 믿고 들어온게 고맙다며 깨끗이 손질한 민어 매운탕거리를 잔뜩 싸주신다.


간단한 매운탕 레시피에 양념장까지 얹으며

푸욱 오래 끼리야 맛있음니데이~

후식같은 달달한 말한마디.

그날의 주인장 팔에 끌려들어간 건 물건이 아니라 손님을 지켜보는 관심이었으리라.


자기를 믿어주어 고맙다는 말한자리의 인심.

어느곳 어느 자리에서든 사람사는곳은 들고나는지 봐주는 관심처럼 좋은 인사는 없다.

오는지 가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들고 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곳이라면 음식이며 물건이 아무리 좋다 한들 기억엔 남지 않으리라.


말 한마디에 인심이 들고 날고

말 한마디에 대접이 되고 사람사는 곳이 된다.

옆집 홍어집 아지매도 거든다.

오늘 좋은물건 가져간다며.


예전 오일장이 서던 그때.

생선가게에 사람이 북적일 때면

옆에 채소가게 아주머니가 바쁜 생선 가게

아주머니 대신 툭툭 잘라놓은 생선을 잽싸게

봉투에 담아 건내면 동태찌게에 넣을 무우며 대파 고추등을 같이 자연스레 팔아주던 인심.


손 한번거들고

말한번 거드는 인심에서 들고나는 삶의 이어짐이란 소비자에게는 편리로 단골이라는 노선을 만든다.

그들은 장사가 잘될때나 안될때도 서로의

말 한마디를 거들며 추운 그 겨울 얼음물에

손담그던 그날들을 위로하며 왔으리라.


그날 횟집사장님의 말을거들던 신바람.

그 한마디에 우린 맛있는 홍어무침을 자연스럽게 그 집에서 샀다.

맛있게 드이소 ~


오늘의 휴일도 끝이 나는 오후다.

집에 도착해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무우하나를 잘라넣고 끓이다 민어를 넣고 약간의 소주를 부어 푸~욱 끓이니 뽀얀 사골처럼 우러난다.

그 위에 양념장을 붓고 풋고추와 대파 한줌을 담아 내니 가득한 밥상 이 거해졌다.


민어회와 홍어무침까지 한상 거하게 받는 나만의 휴식 아니 우리만의 휴식이 해넘어가고 있다.

"민어 참 고소하다 그치?"

바다고기 맛있다는 말을 살면서 처음 들어본다.

"다행이구먼"


다음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다시 찾는다면

찐한 부산사투리를 쓰고 온몸에 잉어 문신을 한 물고기 아저씨를 찾아야겠다.

사장님 우리 신랑은 이 집 고기만 먹어요~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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