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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오래 남는가

존버의 기술

by K 엔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혼자 잘난 사람보다 팀에 잘 섞이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조직은 개인을 원하지 않는다. 적당히 공손하고, 이탈하지 않으며, 무리에서 튀지 않는 부속품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 같은 사람도 이 구조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리더십도 없고, 굳이 앞에 나서는 스타일도 아니다. 엄마 말대로 사탕 하나 더 챙겨주고, 두루두루 잘 지내며, 적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어차피 지금은 캐주얼 포지션이고, 정규직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도 된다. 다들 하루라도 빨리 정규직이 되길 바라지만, 사실 HCA 일은 대부분 캐주얼에서 시작한다. 매니저들은 누가 일을 잘하느냐보다, 누가 꾸준히 나오는지를 본다. 지각하지 않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으며, 별일 없이 시간을 채우는 사람. 그게 기본값이다. 3개월 안에 450시간 이상 채우면 시니어리티가 생기고, 그다음엔 정규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지금은 그냥, 그 시간을 쌓는 중이다.


유니온 북을 펼쳐보니, 의외로 캐주얼도 혜택이 있다.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유급휴가도 가능하고, 심지어 출산휴가도 쓸 수 있다. 어쩌면 정해진 시간대로만 일해야 하는 풀타임보다, 내 스케줄에 맞춰 유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캐주얼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이런 의문이 든다. 일을 꾸준히 줄까? 이 일 하나만 해도 생계가 가능할까? 두 군데 일하는 친구들도 있다는데,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에 맞춰 이사 계획도 다시 짜야하니까, 더 복잡하다.


하나의 일이 인생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요즘이다. 그래도, 헤일리가 말한 것처럼 시니어리티만 채우면 언젠가는 그 자리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일하는 사람들은 다들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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