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30대 격동기
김장 사건과 인테리어 사건 이후로 괜찮아졌다고 애써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제가 더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로는 싸우지 않았지만 남편과도 대화를 피상적으로만 (서로 좀 만 더 쎈 단어만 나와도 크게 터질 것 같았기 때문에) 하게되었고, 눈치빠른 딸아이는 뭔가 분위기가 쎄 할때마다 저에게 와서 애교를 떨고, 자기 아빠한테가서 애교를 떠는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그런 보이지 않는 노력을 보고있노라면 도대체 내가 애한테 뭐하는 짓인가 ...란 생각에 안괜찮아도 괜찮은척 남편에게 더욱 상냥하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로 와이프가 괜찮아졌고,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인과 시부모님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는 더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했고 제가 맘의 응어리가 안풀어져서 저도 모르게 김장이나 인테리어 이야기를 한마디 꺼내면 바로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자리를 회피했죠.
그의 말은 이랬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게 왜 하필 그때 아프니..라는 식으로 말할 분이 아니다."
이런 그의 일관된 부모님에 대한 신념과 믿음때문에 이런 일를 겪고도 그는 주말마다 영상통화를 의무처럼했고 그때마다 꼭 제 얼굴을 보여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고 제가 웃으면서 매주 영상통화하는 것이 너무 고역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영상통화를 딸에게 하자고 할때마다 저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1시간하고 나왔어요. 나오고 나면 전화는 끝나있을테니까요.
그때도 그는 믿음이 있었나봐요.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믿음. 올바르고 예의바르고 배려심 있는 분들이라는...
그런데 그의 믿음마저도 깨뜨린 사건이 터졌습니다. 몇 주간 계속 딸아이와 남편만 영상통화에 얼굴이 등장하니 (저는 그때 또 화장실에 들어가서 안 나왔어요) 어머님이 손녀딸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와중에, 저는 어디있냐 물으셔서 남편이 씻고있다고 이야기하니 손녀딸 앞에서 갑자기 매우 크게 소리를 지르시면서 "너네 도대체 왜 그러니 요즘?!" 그러셨나봐요.
남편도 그런 엄마의 모습을 처음보고 너무 실망한 나머지 바로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서 한참동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 그는 셀프 반성하며 내가 보고 자란게 울 부모님인데 나도 표현하는게 똑같겠지뭐 라면서 갑자기 급 사과를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선회가 되었습니다.
시어머님껜 죄송하지만, 시어머님이 손녀를 앞에 두고 남편에게 소리지른 사건이 저에게는 오히려 남편과의 냉랭한 기류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