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30대 격동기 네번째 이야기
어느날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토요일에 무슨 일 있니?" (어머님)
"저희요? 글쎄 별일은 없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저)
"그럼 그날 오전8시에 소금물에 저린 배추가 배달오기로 했는데, 올해부터 너네 김치는 너네가 무쳐서 가져가라. 오전에 일찍 와서." (어머님)
"어머님. 저희 저번에 주신 김치도 아직 너무 많아서 김치 또 가져와서 넣을 데가 없어요~." (저)
"아니 김장철에 김치를 만들어놔야 1년은 버틸 거 아니니." (어머님)
"네. 그럼 애 아빠랑 애는 같이 갈까요?" (저)
"끝내고 수육이랑 좀 먹어야 하고 너가 일 할 사이 애는 봐야하니 둘다 데리고 와야지" (어머님)
"아가씨네도 다 오는거죠?"(저)
"걔넨 와봤자 애들 어린데 정신없게 도움도 안되고 오지 말라 했다."(어머님)
결혼 이후 제가 계속 일을 했기때문에 어머님이 매년 김치를 보내주셨어요. 아이 낳고 육아휴직하면서 아이 볼 때도 보내주셨었죠. 그런데 복직 후 너무 힘들어서 잠시 일을 쉬고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 안했다 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김치를 보내주셨죠.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는 김장에 본격적으로 너가 와서 참여하라는 말로 들리는 거에요. 게다가 공교롭게도 저희가 결혼 후 전세에서 살다가 자가인 새아파트로 이사한 직후였죠.
거의 저희 두 사람 힘으로 은행 대출과 함께 이사했는데 그 때 시부모님이 대출금을 줄이라며 몇천만원을 주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을 좀 보태주셔서 그 권리를 나에게 주장하시기 시작하시는 건가..그럼 차라리 몇천만원 대출을 더 받을 껄. 저 돈을 왜 받았지 ㅜㅜ 그냥 좋은 맘에 주시려는 거로 생각해서 감사하게 받았는데 그런 감사한 맘조차도 사라지는 나의 이 감정은 무엇일까..
김장에 와서 수육 다 같이 먹고 즐기는 차원에서 우리를 오라고 하는 거였다면 왜 아가씨네는 오지 말라 한걸까? 과연 내가 가서 우리집꺼만 김치를 무쳐서 올 수 있을까? 결국 내가 아가씨네꺼도 무치고 시고모님네꺼(매년 결혼 안하신 시고모님꺼도 어머님이 만들어서 드리고 있음)도 내가 무치게 되는 거면...올해 한번 하게되면 난 이제부터 계속 하게 될 것 같은데 착한 며느리로 그냥 가서 하는게 맞을까?...
이런 복잡한 감정이 들면서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이야기 한 것을 전했더니 남편은 "매년 얻어먹었으면 올해 우리가 가서 도와드리면 되잖아. 너가 이런 애 인지 몰랐네." 라며 시어머니 편에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말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내가 느끼는 것이 순수하게 김장이 하기 싫어서라기 보단, 김장을 통해 뭔가 어머님이 나에게 표출하고자하는 시기 질투의 느낌이 투영되는 방법인 거 같고, 그걸 알면서 제가 받아들이기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자격지심도 곂쳤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할때는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셨던거 같은데, 내가 일을 안하니까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새집에 살고 팔자가 편해보이고 상대적으로 집없이 애 둘 키우는 아가씨가 짠해 보이는 구나.
나는 그럼 앞으로 일을 안하면 계속 이런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건가... 게다가 남편이 내 편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를 믿고 앞으로 평생 살아가야할까.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았지 이 때 처음 사람들이 이혼을 왜 하나 했는데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면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되었습니다.
두둥. 그런데, 김장을 가야하는 토요일 전전날.
정말 신기하게도 알 수 없는 고열이 지속되었습니다.
첨엔 코로나인 줄 알았어요.
근데 , 이게 '홧병' 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