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30대 격동기
결국, 김장 사건은 저의 알 수없는 고열 지속으로 남편만 가게되었습니다.
그날 남편이 가서 잘 말씀드렸다고 해서 분위기가 풀어진 것 같다고 느꼈던지, 남편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어요. 어머님이랑 저 사이의 냉랭한 기류를 빠르게 풀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나 봅니다.
하지만, 여자들 사이에 뭔가 금이 하나 갔다면, 그건 그렇게 단순하게 풀릴 문제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영상통화 속 어머님께 핸드폰을 맡기고 잠시 화장실에 간 남편이 속으로 원망스러웠지만 그도 사이에 껴서 요 몇일 스트레스를 받아왔기에 순순히 응했습니다.
"어머님, 본의아니게 못 가봐서 죄송해요." (저)
(그래. 열은 좀 어떠니..?라는 제 예상의 반응과 달리) "그러게 너는 아파도 하필 이런날 아프니." (어머님)
"하하 그러게요." (저)
정말 전화를 끊고 나서도 기분이 너무 별로 였지만, 일단 내 몸이 나를 도와줘서 자칫 김장 굴레의 스타트가 될 수 있었던 시작을 막아줘서 고마웠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맘에 찬 기운은 남아있었죠.
그리고 나서 1-2주 후, 저희집은 결혼후 어머님의 요청이었는지, 남편의 효자본능 발동이었는지 아님 둘다 였는지로 인해, 매 주말마다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통화중에 아버님이 남편에게 불쑥
"니 엄마가 올수리를 하고 싶어하는데 수리할 돈은 있는데 1달 걸린다는데 1달동안 갈데가 없다." (아버님)
아가씨네는 그때 지방에 살고 있었고, 동네 근처 오피스텔이나 빌라로 단기 임대로 가는건 어머님이 너무 무섭다고 하셨대요.
근데 그 전의 찬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하루 종일 어머님과 1달 동안 집에 같이 있을 걸 생각하니 숨이 턱턱막히는 거에요. 그 전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분명 와서 지내시라고 했을텐데 결혼 후 몇 년간 한 번도 어려운 요구를 안하시다 갑자기 김장에이어 올수리 등 연달아 이런 요구들을 해 오시니 정말 요즘 왜 이러시는 걸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프리랜서는 애 보고, 집안일 하고, 애 잘때는 못 다한 일 해야하고 하루가 더 바쁜데 일하는 걸로 인식을 못하시는 구나. 이럴꺼면 차라리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