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30대 격동기
처음에는 일이 버거워서 그만두었습니다. ‘한숨 좀 돌려야지’ 싶었습니다. 아이도 어리고, 육아도 중요하니까. 그런데 일이 멈춘 자리에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들어찼어요.
김장? 인테리어?
“요즘 시간 많다며?”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오는 시어머님의 미션들.
남편은 말했어요. “그냥 대충 해.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필요 없잖아?”대충 해도 된다는 말이, 왜 나만 대충 살아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을까요?
어느새 거울 속 나는, 츄리닝 차림으로 아이 유치원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아무 칭찬도 하지 않던 날들.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죠.
그렇게 나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가 닿았었어요.
프리랜서를 시작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었어요.
일을 하면서도 집안일은 그대로였고,
아이 하원 시간은 칼같았으며,
회의 중에도 “엄마, 이거 뭐야?”라는 질문은 멈추지 않았죠.
이게 아닌데.
이렇게 지쳐선 안 되는데.
지금 이대로는 나도, 아이도, 일도 망가질 것 같았어요.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너 원래 뭐 하고 있었지?”
그래. 나 그 일 좋아했잖아.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굴리고, 캠페인을 짜는 게 재밌었잖아.
힘들어도 살아있는 기분이었는데.
그래, 나 돌아갈래.
지금 말고선 안 되겠다.
신발장 속에 잠들어 있던 구두를 꺼냈습니다.
추리닝 대신 정장을 입고, 오래전 좋아했던 브랜드 가방을 다시 들었어요.
오랜만에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복귀’라는 단어가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올 줄이야.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그 한 주가 지난 후를 복귀 날짜로 잡았어요.
학원 시간표를 맞추고, 친정엄마에게 등하원을 부탁드리며 “엄마, 진짜 부탁해. 나 이번엔 다시 잘 해볼 거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신신당부했습니다.
‘엄마’도 ‘주부’도 여전히 나지만, 이젠 그 모든 위에 ‘일하는 나’를 다시 얹습니다.
그 위태롭고 치열했던 결심을 지나,
나는 지금, 다시 나로 돌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