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다시 미생. 배운게 도둑질.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고민 끝에 저는 남기로 했고, 새로운 팀으로 향한 첫날, 팀장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프로젝트 리드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아직 팀도, 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저는 또다시 “괜찮아요,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제 불안을 감췄습니다.
며칠 뒤, 고객사로부터 “업무 파악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들려왔습니다.
알고 보니 이 프로젝트는 서로가 맡기 꺼려하던, 책임이 불분명한 일이었습니다.
저만 팀 이동하길 기다리던 팀장이 계속 일을 차일 피일 미루며 버티다, 저를 팀원으로 받고는 오자마자 하루만에 그 프로젝트를 저에게 넘긴 거였죠.
결국 공은 제게 넘어왔고, 이전 같으면 밤새워서라도 해내려 했겠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저의 새로운 팀으로 넘기려고 한 전 팀의 임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제 한계를 인정하고, 모든 걸 홀로 끌어안지 않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며칠 후, 그 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안 맡을 수가 없는 상황과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처럼 저를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더 잘하려는 욕심도, 실수에 대한 자책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퇴근 후엔 아이 숙제도 봐 줘야 하고, 집안일도 챙겨야 하니까요.
저는 이제, 제 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일은 인정하지만 연봉과 승진으로는 연결을 안해주는 불합리함 같은 것을 느낄때도 있죠. 하지만 협상이 힘들다면 남기로 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고 그런 불합리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쓸 에너지를 빨리 일을 끝내고 되도록 야근은 하지 않겠다는 저만의 업무 기조를 만들며 셀프 보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같은 조직 안에도 워킹맘은 많지만, 각자의 배경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해외 경험이 있고, 누군가는 든든한 지원을 받습니다.
이제는 그 차이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비교 대신, 저만의 페이스로, 개미처럼 묵묵히 길게 보고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못하는 일은 “못 한다”고 말하고, 내 역할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제 생존 전략입니다.
매번 완벽할 수 없기에, 실수하더라도, 일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저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어.”
한때는 완벽한 워킹맘, 훌륭한 직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칠 때도, 일이 버거울 때도, 오늘 하루를 버텨낸 제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냅니다.
워킹맘의 커리어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 돌아봤을 때, “그때의 내가 참 잘 버텼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오늘도 개미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저만의 방식으로, 조금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