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는 작게 접혀 있던 디스플레이 판을 펼쳐서 자기 시계폰에 연결시킨 후 두 개의 작은 말랑말랑 조작판을 잡고 양손의 손가락들로 조물 거리고 있었다. 동진 역시 같은 디스플레이판에 연결해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축구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송이씨한테 고백하지 그래.” 동준이가 게임 도중에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때가 이른 것 같기도 하고. 송이씨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했잖아?”
“응. 분명 날 좋아하고 있어. 게다가 그 이상의 감정까지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더 다가가려고 하면,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일부러 멀어지려고 하는 것 같아…”
“확신이 있어? 송이씨가 너를 좋아하는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축구게임보다 이 대화에 집중을 해야 할 때인 것을 동준은 성숙하게 생각해 냈다.
”송이씨의 눈빛은 참 신비스러워. 뭔가 그리움이 가득하면서도 두려움 또한 그만큼 강하게 품고 있는…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어. 그녀의 눈빛은 분명 어떤 것을 말하고 있었어!”
민호도 이 순간은 게임보다 그녀에게 집중하는 듯했다.
“나는 생명체의 진실이 눈빛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것은 고도의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근육과 피부와 어느 정도의 빛과 액체들의 기계적 작동과 과정으로는 결코 재현해 낼 수 없는, 단 하나의 시선에도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을 수는 것을 알아. 그래서 아마 사람의 눈은 영혼에 잇대어 있는 것이어서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만 그럴까?” 동준이 민호의 말을 받아 이어서 말했다.
“나는 이것을 어릴 적 키웠던 고양이 한테서도 읽을 수 있었어. 인간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들에게도 생명의 진실함이 있는 것 같아. 어느 날 아침,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상당히 오랫동안 내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렸던 것처럼 얼굴 가까이에 앉아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쩔 수 없는 기쁨으로, 그렇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그저 머리만 조금씩 움찔거리며 동그랗게 커진 동공 안으로 나를 촉촉이 적시어 집어넣고 있었어.
그 녀석이 만약 인간처럼 다양한 표현과 표정을 지울 수 있었다면, 나는 엄청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을 거야. 놀랍게, 동물도 오랜 기다림을 이룬 기쁨과 가까이 다가온 즐거움을 눈빛으로 표현할 수 있었음을 깨달았지!”
동준은 그 일이 지금 일어나는 듯, 그의 말들에는 행복감이 물들어져 있었다.
“그래 맞아! 하물며, 영혼까지 담긴 것 같은 인간의 눈빛은. 나는 송이씨의 눈 속에서 숨길 수 없는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어. 그래서 그녀의 나에 대한 태도는 진심이 아닌 것을 확신해.” 민호의 말은 확신으로 가득 찼다.
“그럼,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감정의 숨바꼭질을 하게 만든 것일까?” 동준은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는 추리를 이끌어 말했다.
이미 그 둘은 게임을 중단한 지 오래다. 디스플레이 속의 공을 가진 선수가 영문도 모른 채 서 있다가 상대편 선수 (동준의 팀이든 민호의 팀이든)에게 빼앗겼다. 사뭇 진지하고 깊어진 대화는 강제로 경기를 삼류 동네 축구로 변하게 했고, 관중석에선 야유와 고함들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짧은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민호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집어든 게임콘솔을 무심결 조작하다 한 골을 넣었다.
친구 동준은 순간 놀랐다가 뚫어지게 민호의 옆얼굴을 당황과 황당이 곁든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분명 방금 골은 노골이어야 한다!’.
그리고,‘민호가 더 이상 송이한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매력 있는 여자는 신비스럽지만 위험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