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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Nov 20. 2019

타이완의 샴푸 마사지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리트리트 여행이 대세다. 대만에서는 굳이 먼 곳으로 여행가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나만의 리트리트를 누릴 수 있다. 바로 헤어 살롱에서다.


한국에 커피숍이 ‘한 집 건너 한 집’처럼 있다면 대만은 헤어 살롱이 그렇다. 카페거리로 알려져 있는 타이베이의 중산 역 주변에 가면 아기자기한 카페보다 미용실을 더 많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만에 미용 문화가 발달된 것은 아무래도 대만의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인 듯 보인다.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서비스도 있다. 샴푸 마사지가 대표적이다. 

한 번은 대만인 친구가 헤어 살롱에 가서 샴푸를 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 말에 속으로 ‘왜 미용실 가서 머리를 감아, 자기가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샴푸 마사지’는 대만의 스페셜한 문화 중 하나였다. 샴푸 마사지는 대만에서 ‘세발(洗髮, 대만식 발음: 시파)’ 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미용실의 ‘드라이’라 부르는 헤어 스타일링 서비스에 ‘마사지’가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샴푸가 다른 점은 앉아서 샴푸를 받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좌식 샴푸 문화’는 중국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중국은 대가족이 함께 살았고, 수도 요금은 비쌌던 탓에 집에서 머리를 감지 않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따로 감은 데서 세발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앉아서 마른 머리에 샴푸를 묻혀 머리를 감는 것이 전통식이고, 한국처럼 누워서 샴푸 하는 것이 현대식으로 현재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대만에서 샴푸 마사지는 동네 미용실부터 럭셔리한 헤어 살롱까지 미용실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받을 수 있다. 가격은 180 NTD(한화 약 7000원)부터 500 NTD(약 2만 원)까지이며 소요시간은 대략 30~50분 정도다.  

2017년 5월 13일에 방영된 KBS2 <배틀 트립> 신동, 김신영 편에 대만의 샴푸 마사지가 소개되기도 했다. ©KBS 

샴푸 마사지의 과정은 이렇다. 먼저 어깨와 목을 중점적으로 5~10분 정도 마사지하고, 샴푸로 거품을 내어 머리 곳곳을 시원하게 마사지해준다. 마사지가 끝나면 샴푸 거품을 흘리지 않고 버리기 위해서 머리를 쭉 위로 올리는데, 이때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세면대에서 거품을 헹굴 때도 마사지는 계속되며, 마지막으로 머리를 말릴 때 원하는 모습으로 스타일링해준다. 


타이베이에서 AK 헤어 살롱을 운영 중인 헤어스타일리스트 앤디의 말에 따르면 샴푸 마사지를 받는 사람들은 2세 어린이부터 연로하신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한다. 심지어 날마다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밖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나 몸이 좋지 않은 날, 몸을 구부리기 힘든 임산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이 주로 샴푸 마사지를 받는다. 실제로 샴푸 마사지를 받을 때 느낀 것이지만 겨우 30~40분 정도 앉아있었을 뿐인데 1시간 동안 누워서 마사지를 받는 것보다 몸이 더 시원하고 가뿐해진 느낌이 든다. 게다가 마사지받을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마사지 베드에 누웠다 일어나기 무척 번거로운데, 좌식 샴푸 마사지는 옷을 입은 채 앉은자리에서 머리도 감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샴푸 마사지할 때 샴푸에 집중하는지, 마사지에 주력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앤디에게 물었다. 그러자 두피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두피의 건강이 곧 몸의 건강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마사지도 받고 머리도 할 수 있는 샴푸 마사지는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 그저 신기해 보인다. 하지만 대만인에게 샴푸 마사지는 단순히 머리를 감는 행위가 아닌 건강을 위한 활동이었다. 역시 외양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에 더 가치를 두는 대만인들 다운 문화다.




cover photo by reluxhair (https://www.facebook.com/relux.hairsalon/)


*월간지 <우먼센스> 11월호에 기고한 글을 올린 것입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www.smlounge.co.kr/woman/article/4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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