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연 Jan 06. 2025

방탈출

사춘기 관찰일기


중학생이 되고 아이의 친구 사랑은 매일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이 아닌 어학연수를 가는 건 별일이 아닌  되었다.


3살 때부터 다녔놀이공원과 중간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다녀온 놀이공원은 아이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코 흘리며 경험했던 일들은 사진 속에 박힌 모르는 시간 속으로 흘러갔고, 중학생이 되어 친구와 함께 한 놀이공원은 살아있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용돈 5천 원을 들여 현상해 온 친구들과의 기념사진은 가족 액자를 제치고 침대 머리맡에 고이 모셔 놓는 보물 1호 자리를 강탈했다. 그리고, 새로 생긴 핫플은  가족나들이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곳으로 추가 업데이트 되었다.


티브이에서 방탈출을 주제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때가 었다. 처음 방송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게 왜 재미있지?' 하지만, 나만 몰랐던 방탈출카페는 이미 시내에선 유명 성지가 되어, 브레인을 자처하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방탈출카페를 가기로 약속한 월요일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수학문제집을 풀고 책을 읽는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샤워를 하는 아이의 콧노래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아이는 모든 준비를 하고 밥을 먹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난번 방탈출카페 가자니까 안 간다며?"

"지난번 거기는 후기가 안 좋았어요. 오늘 가는 데는 재연이가 다녀왔는데 재미있데요."

아이는 휴대폰에 지도를 찾아 내밀며 애기를 이어갔다.

"여기 후기 좀 보세요. 진짜 재미있겠죠? 재연이가 재미있다고 하면 진짜 재미있는 거예요!"

"재연이는 방탈출카페 많이 가보았데?"

"지난번에 한번 가봤데요. 여자애들은 자주 가는 것 같아요. 하율이랑 영이랑 같이 가니까 여자애들이 알아서 하겠죠. 우리는 여자애들만 따라 하기로 했어요."

".................."

전교 1, 2등을 하는 여자아이 2명과 남자아이 3명이 오늘의 멤버다. 엄마들과도 친분이 있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허락했던 약속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프리패스 티켓인 것이다.

아이는 밥을 먹으며 다시 한번 뚫어지게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찌릿~~~ 찌릿~~"

'어머니, 저는 오전에 할 공부를 다 마쳤습니다. 그러니 용돈을 어서 주시지요. 소자 냉큼 나가봐야 합니다!'

"찌릿~~~ 찌릿~~"

'아들아, 글쎄 말이다. 공부는 너를 위해 한 건데, 이 어미 용돈을 줘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냐?'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입을 닫고 지갑을 열었다.


수학문제지 5장과 10페이지의 책 읽기가 35000원의 값어치는 아닌 것을  안다. '아이도 알고 있겠지?'

"엄마, 6시까지 들어올게요. 사랑합니다!"

손으로 연신 하트를 발사하며 현관문이 닫혔다.

고물가에 아이들의 용돈 수준은 덩달아 고공행진이다. 후덜덜 떨리는 발을 붙잡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이가 벗어 놓은 허물들과 식탁을 바라보나는 소리 높여 외치고 싶었다.

'아, 나도 방탈출 아니 집탈출 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