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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an 04. 2025

사춘기의 헤어샾

사춘기 관찰일기


헤어샾에  딸과 함께 파마를 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아니, 파마에 아들딸 구분이 어디 있어? 목욕탕도 아닌데!'

젠더에 선을 없애고 1년에 1번은 헤어샾에서 파마를 함께 했다. 막대사탕과 휴대폰을 쥐어주면 3시간은 넌지시 버텨 주었고, 나는 수다와 힐링되는 꿀맛 같은 로망채울 수 있었다.


그러다 5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헤어펌을 거부했다. 도깨비 공유사진을 내밀어도 BTS의 뷔 사진을 내밀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친구들이 여자애 같다고 놀린다고 싫다고 했다. 고학년 남학생은 헤어펌을 안 한다고 한다.

"어린이 같아! 싫어!"

"5학년은 어린이 맞아!"

"아니야! 5학년은 고학년이야!"

"초등학생은 어린이야! 어른들도 파마해! 이봐바~BTS멤버파마한 거야!"

"싫어! 파마 안 할 거야!"

".................."

그렇게 아들과 함께 하는 헤어샾 파마는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1년에 1번 하는 파마가 아닌 매달 자르는 헤어컷에서 생겼다.

동네 단골 헤어샾에서 커트에 대한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 7년째 잘라온 실장님에게 커트를 치고 와서  주말 3일을 울어댔다. 급기야 월요일 아침,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등교를 하지 않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주호야~ 머리 하나도 안 이상해! 뷔보다 더 멋져"

"아니야! 이게 무슨 뷔야! 몰라! 나 학교 안 갈래! 으앙~~ 으앙~~"

".................."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개코같은 일이람!'

주말 내내 방 안에서 울던 아이는 등교시간을 앞두고 다시 울음보를 터트렸다.

"그럼, 모자 쓰고 갈래?"

"모자는 안돼! 선생님이 교실에서 모자 쓰면 안 된데!"

"그럼, 후드티는 어때?"

얼마 전 중학생 사촌 형아가 멋있어 보인다며 따라서 후드티를 구입했었다.

"후드티 잘 어울리더라, 중학생처럼 보이던걸? 호호호"

"알았어! 학교에서 후드를 절대 안 벗을 거야!"

아이는 후드티를 목까지 눌러쓰고 등교를 했다. 후드티를 깊게 쓰고 동그랗게 어깨를 말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처럼 구름도 어이없어 하며 흘러가는 것 같다. 구름과 눈이 마주치니 베시시 웃음이 흘렀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니?"

하교를 하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집으로 왔다. 문밖에서 친구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다. 가방은 던져놓고 방안을 정신없이 헤쳐놓는다.

"엄마, 야구 글러브 어디 있어요?"

"찾았어요!"

"놀다 올게요!"

말 붙일 세도 없이 킥킥거리는 친구 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1층을 바라보니 장난치며 떠들썩하게 공원 쪽으로 향해 가고 있다. 친구 무리 중에 두 아이는 후드티를 목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다행스럽게 주호는 후드티를 쓰고 있지 않았다.


저녁식사 때 얘기를 들어보니 학급에서 4명의 학생이 후드티를 목까지 뒤집어쓰고 왔다고 한다. 주호를 포함하여 3명의 남학생과 1명의 여학생. 모두 주말에 미용실을 다녀온 아이들이란다. 대부분 주말에 자른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겨렸다고 한다. 점심시간까지 후드티를 쓰고 있었으나, 짝꿍 하윤이가 머리 괜찮다고 어디 미용실이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아이는 짝꿍의 말 한마디에 후드를 벗었다고 다. 하윤이 말을 듣고 교실 뒤에 거울을 보니 본인도 괜찮아 보였다고 한다.

"어머, 그랬구나! 짝꿍 하윤이가 보는 눈이 있네!"

"웅, 하윤이 착해"

"엄마, 건우도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앞으로 후드티만 입는데요!"

"아, 그렇구나. 건우도 머리가 마음에 안 드는구나"

"너는, 지금은 어때?"

"나는, 모, 괜찮아요."

부모의 백마디보다 짝꿍 하윤이의 한마디 말이 더 먹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헤어컷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이 되니 더욱 심해져서 석 달째 장발을 휘날리며 다니고 있다. 요즘 학교는 학생의 인권을 위해 어느 정도의 두발자유는 주어졌다. 염색과 파마는 금지사항이고 귀밑 몇 cm라는 규정은 전면 없어졌다.

선생님이 바리깡을 들고 교문에 서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학생은 단정해야 하지 않은가'


머리가 귀를 덮어가기에 기분전환 할 겸 백화점 헤어샾에 예약을 하고 기분 좋게 외출을 했다. 나는 지난번 부원장으로 하고, 아이는 남자컷으로 평점이 좋은 디자이너 셈으로 예약을 했다.

평점처럼 싹싹한 셈은 친절하게 설명을 하며

스타일을 잡아 주었다. 남학생머릿결 유형과 스타일 관리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젊은 스텝이 친절하게 샴푸를 해주니 아이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흠... 역시 비싼 곳은 서비스가 좋아!"

나는 머리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에센스 향과 커피맛에 잠시 눈을 감았다.

"어머니, 학생 머리 끝났습니다. 스타일 좀 봐주세요."

"어머나! 주호야~멋지다! 아이돌 같은데~"

"................"

어느새 아이의 표정은 굳어있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나와 디자이너셈은 당황해서 서로의 눈을 피했다.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빨리 집에 가자며 서둘러댔다. 헤어샾에 들렸다 저녁을 먹고 오기로 한 스케줄은 망가졌다. 입이 한 바가지 나온 채로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 들어가서는 울음보를 터트르기 시작했다.

"엉엉~~ 이게. 모야! 이게 모냐고~~~~ 엉엉"

"................"


남자전용 헤어컷 7천 원, 단골 헤어샾은 2배, 백화점헤어샾5배나 차이 난다. 사춘기 아이는 어디를 가서 자르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머리를 커트하는 자체가 싫은 것이다.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머리를 자르는 것이 싫은 것이다. 앞머리가 눈을 찌르고 머리는 장발로 후드를 목까지 덮고 다니는 우리 집 아이 스타일이 버스에 타면 한가득 있다. 그들의 멋이고 그들의 스타일인 것이다. 그렇게 스치는 학생들을 한번 바라보고 나는 또 하늘을 바라본다.

"에휴휴.........."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언젠가 군대 가면 금쪽같은 앞머리가 박박 잘려 나갈 테지! 그래, 얘들아~지금의 두발자유를 마음껏 누리려무나!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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