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이 되어 샤워를 독립시켰다. 육아서에도 주변에도 부모와 하는 건 10살로 선을 그었다. 샤워 독립을 시키니 얼마나 편한 지 10년 만에 저녁 시간에 자유를만끽하게 되었다.
아이가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청소년샴푸와 목욕제품을 준비하고 샤워 시간을 응원했다.
"샤워를 하면서 왜 머리는 안 감니?"
"세수는 하고 학교에 가야지"
"비누가 그대로 있네! 다시 씻으렴!"
몸은 편해졌지만, 입에서 잔소리는 열 배로 늘어났다.
아이가 머리를 혼자 감기 시작하면서,갈라지는 머리카락 사이로 새집이 지어지기 일쑤였으며, '스몰 스몰' 풍겨오는 두피 냄새는 보너스로 추가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와락 안을 때 풍겨오던 말캉한 베이비파우더향은 사춘기를 시작하는 남학생의 쿰쿰한냄새로둔갑했다.말캉한 냄새가 못내 아쉬웠지만 이겨내고 참아야 했다. 성장과정의 한 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샤워를 할 때 머리도 감도록 하렴! 청소년 전용 샴푸니까 두 번 눌러서 머리를 박박 문질러. 세수랑양치도 꼭 하고 나오고!"
"엄마, 머리를 왜 감아야 해요?"
"..............."
6학년 2학기가 될 무렵 어느 날에 아이는 샤워를 즐기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무슨 일인가 한동안 믿기질 않았다. 기저귀를 떼고 배변에 성공하던 그날처럼 기쁨의 눈물이 벵벵거리며 눈가를 적셨다.
"엄마, 나 샤워할게요!"
"웅, 웅"
아이는 성큼성큼 걸어가며 옷을 허물 벗듯이 하나씩 흘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나무꾼처럼 떨어진 옷을 주워 들고 욕실문에 귀를 바짝 들이댔다. '솨~~~~~~~아' 맑은 물소리가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닦아 내리는 듯했다.
'쏴~~~~~아"
한참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아이들마다 성장의 속도가 다르기에 집집마다 편차가 있다.남학생들은 5-6학년에 독립샤워를 시작한다고 하고,여학생들은 3학년부터 독립 샤워를 시작한다고들 한다.
아이가 첫걸음을 시작하는 때가 모두 다르고, 한글을 떼는 시기가 다르 듯이 독립 샤워를 하는 시기도 편차가 있었다. 샤워 독립을 하기 시작할 때가 사춘기의 시작으로 여기면 맞는 것 같다.사춘기가 자신을 몸을 알아가는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생이 되니 샤워는 밥 먹는 횟수보다 더 잦아졌다.
"아들! 학교 늦겠다!"
"네! 알았어요!"
아이는 꼬박 20분을 샤워에 할애한다. 밥 먹는 시간을 샤워와 헤어스타일링에 양보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상은 뒤로 하고, 성큼성큼 걸어 나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 앞머리는 힘껏 내리고 옆머리는 붙여주고 뒷머리는 드라이 바람으로 한 껏 날린다.
모든 외부일에 1번은 샤워가 우선시되었다.시간은 중요하지 않고 다른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샤워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