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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Apr 07. 2024

벚꽃이 휘날리는 날에

사춘기 관찰일기


양평에 사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홍매화가 예쁘게 피었다고 봄 꽃놀이를 오란다. "올해는 홍매화가 유난히 예쁘구나, 놀러 오렴."

바쁜 일정에 시간을 만들어 양평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 눈이 즐거운 봄날이다. 거리마다 탐스럽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며 신나는 나와는 다르게, 아이는 입이 한 바가지 나와있다.

"싫어, 가기 싫어! 주말에는 집에서 쉬고 싶어! 안 가면 안 돼요?"  

"어우 야~ 이모네 간지도 오래됐고, 홍매화가 너무 이쁘게 피었데. 꽃놀이 가자! 갔다 오자."

".........................."

일주일 사이에 언니가 예쁘게 피었다던 홍매화는 지고, 벚꽃이 만개했다. 길가에 늘어선 벚꽃나무마다 탐스럽게 피어선 꽃들의 향연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졌다. 꽃을 보면 만지고 싶고, 꺾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리라. 만져도 만져도 끝이 없을 벚꽃길을 한참을 걸었다.


 걸어가면서도 아이의 시선은 핸드폰에만 꽂혀있다. 핸드폰만 바라보는 아이에게 무어라 말하고 싶지만,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아 꾹 참았다. 벚꽃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창을 걷다 보니 아이가 말을 걸었다. "엄마, 나 여기서 사진 찍어주세요. 인스타에서 벚꽃 사진 잘 찍는 방법을 봤는데요, 이 구도로 해서 찍으면 예쁘게 나온데요." 아이는 핸드폰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핸드폰으로 벚꽃길 인생샷 찍는법'으로 검색을 한 것이다. 핸드폰으로 쓸데없는 것만 보는 건 아니었다. 아이가 찾은 팁을 활용하여 사진을 찍어 보았다.

"좋은 정보 잘 찾았네! 이렇게 찍으니 사진이 훨씬 예쁘게 잘 나오는 걸" 칭찬을 하니 아이의 어깨가 으슥해졌다. 어른들의 칭찬에 아이는 진심을 담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옆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에 박자를 맞추 듯이 새의 지저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벚꽃이 눈이 되어 휘날렸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벚꽃길이다. 벚꽃에 취한 듯 몽롱해졌다.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겨리며 언니에게 말했다.

"양평 벚꽃길 진짜 예쁘다. 언니, 초대해 줘서 고마워. 호호호"

"어때? 너도 오길 잘했지?"

"응, 괜찮네!"

새침하게 대답하는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벚꽃처럼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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