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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an 28. 2024

라면의 취향

소소한 오늘의 밥상

"라면의 취향은 성향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요일은 밥 하기가 정말 싫다. 엄마도 5일 근무 실행한다! 나는 쉬고 싶다.

"저녁에 라면 끓인다~"

...........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는 건 긍정의 답변이다.'

주섬주섬 일어나 냄비 두개를 꺼낸다.


두 개의 냄비에 각각 분량의 물을 붓고 불을 올린다.

하나는  전통 오리지널 레시피

하나는 그날 취향 따라 실험 레시피

아이는 그동안 다양한 실험 라면시식하며 오리지널파에 편승했. 본인은 오리지널이 제일 맛있단다. 1개 분량에 정확하게 550ml 기준으로  계란도 넣지 않고 4분을 끓여 수프 본연의 맛을 신봉한다. 헉헉 거리며 맵다기에 물을 70ml 더 넣었다가 투덜투덜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수프맛은 없고, 냄새만 진동해서  못 먹겠다나? 남긴 라면을 애써 먹느라 고생 좀 했다. 이후로 전통 레시피의 라면 취향을 존중해 준다.


냄비 하나는 다양한 실험 정신이 가득한 오늘도 계발 중 레시피다. 냉장고에  어제 먹다 남은 오징어가 보인다. '좋았어! 오징어 짬뽕이다.' 물을 넉넉하게 붓고 오징어 넣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는다. 파를 넣고 계란을 꺼내 놓는다. 마지막에 치즈를 올리면 좋지만, 오징어 짬뽕이라 치즈는 패스 한다. 라면 한 그릇에 칼로리 계산은 안 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아이는 전통 레시피 라면을 후루륵 짭짭 먹는다.

"아들~오늘은 오징어 짬뽕 라면이야. 완전 맛있어.

한 입만 먹어 볼래?"  

"아니, 괜찮아"

"............"

실험 레시피로 끓인 라면에는 "한 만~"은 절대 안 통한다. 옆사람이 라면 먹을 때 '한 만~'은 국룰이  닌가? '쳇!!국룰도 모르는 알파세대 같으니라고!!'

"............"

올해 안에  직접 끓여 먹으라고 라면 독립을 시킬 예정이다. 본인만의 라면 취향을 확립할 시간이 슬슬 다가온 것이다.


전통파와 실험파

모든 음식에 소스를 배제한 본연의 맛 전통파

모든 음식에 소스를 넣는 혁신을 추구하는 실험파

영화"기생충"에서 짜빠구리는 얼마나 놀라웠는가! 먹어본 사람만 먹는다는 짜빠구리는 세계인의 메뉴가 되었다. 라면의 실험 정신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모 상관없다. 누구나 본인만의 취향이 있고, 취향은 존중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계란을 넣을 때 '아! 저는 계란은 넣지 않는 오리지널 전통파 입니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소신을 갖기를 바란다. 

그런 취지로 집에서 부터 라면 취향의 존중은 중요하다.

계란, 파, 오징어를 넘어서, 생식을 하건, 비건을 하건, 육식을 하건.... 본인의 선택에 따를 뿐이다.


사춘기가 문 앞에서 기웃 거리는 요즘

아이의 라면 취향을 적극 인정하는 응원하며, 설거지를 정리한다.  오늘도 그렇게 주말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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