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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성 Feb 03. 2023

20대 구단주 - 아마추어가 팬이 어디 있냐

왜 시민구단인가 (1)

결국에는 팬이다.

프로 스포츠가 밟아가는 모든 스텝은 결국에는 팬들을 위한 발걸음이어야 한다.


근데 지역밀착이고 뭐고 다 좋은데 아마추어가 팬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지금 K 리그도 파리 날리는 상황인데 아마추어가 무슨 수로. 하지만 어떻게 팬을 끌어들일 것이냐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질문을 바꾸면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방법도 달라지기 마련.


굳이 해외의 발전된 하부리그와 그 팬들의 예시를 들여와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K7 공식 경기장이었던 효창공원 축구장의 텅텅 빈 모습은 조금 가슴 아팠다. 아니 조금 많이. 첫 경기는 중계도 해줬으나 그 다음은 없었다. 우리는 왜 경기를 봐주는 사람들이 없을까. 그게 정말 실력적인 부분 때문 만일까.


사실 실력은 팬을 보유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멋진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러나 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 팀들은 전국에 널렸다. 특히 아마추어에서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선출이 몇명인데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만의 차별성, 그것이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포인트일 것이다.


스타티드 프롬 버텀의 아이콘 제이미 바디


고등학교 반 대항 경기를 보면 실력은 동네 아마추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낮다. 그러나 반 친구들은 자기들 반을 죽어라 응원한다. 우리팀의 헛발질에 웃기도 하고, 상대방의 어설픈 중거리 슛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왜 그럴까? 선수들이 실력이 좋기 때문이냐 하면 아닐 것이다. 같은 반이라는 소속감, 정체성이 반 친구들의 마음을 동화시키는 것이겠지. 아마추어라고 다를까. 우리는 이 같은 형식이 대학의 과 대항전에도, 아마추어 리그에도, 프로에서도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시, 아마추어인 우리가 어떻게 팬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엘리트 축구선수에 도전하려는 선수들을 보유한 전도유망한 독립 구단도 아니고, 프로선수출신들이 즐비한 아마추어 팀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팬들을 모아야 할까. 


우리는 그 답을 지역에서 찾고 있다. 회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에 담긴 이 지역성에 말이다.  우리는 시도 아니고, 구도 아니고, 작은 역 이름에 불과한 이 회기를 중심으로 지역 마케팅을 해나가려고 한다. 다양한 축구전문가들이 프로리그에게 요구하는 지역밀착형 팀이 '먼저' 되어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전략을 취해나가는 아마추어팀은 별로 없다. 서로 시간 맞춰 일주일에 한번 공 차면 그만이다. 우리도 지금은 그런 팀이기도 하고. 그런데 적어도 아마추어 리그에 나가는 팀들은 팬들을 모을 생각 한번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서 더 나아가고자 하는 팀이라면 더더욱.


방향성을 정해놓고 해외 각국의 사례들을 찾아보다 보니 일본의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는 아마추어에서부터 프로로 입성했던 사례들이 솔찬히 있었다. 그들은 지역의 아주 작은 동네 구멍가게에게까지 후원을 받고 인터뷰 보드나 경기장 광고판에 이름을 넣어주었다고 한다. 가령 A보드에 OO세탁소, OO김밥, OOO수퍼 이런 식이다. 그렇게 700여 군데의 후원을 받아 프로에 입성할 수 있었고, 팀은 그 지역의 자랑이 되었다는 이야기. 낭만적이다.


아이 행복해 행복축구


현대의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워낙에 큰 예산이 왔다갔다하니 말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단계에서라면, 이러한 후원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우리 팀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은 아무래도 대학 근처 상권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사람들은 쉽게 우리에게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고, 또 우리가 넘어서야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회기 유나이티드가 제공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다니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야할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상권입장에서는 손님들에게 혜택도 주고, 우리 입장에서는 입문하는 팬들 또한 생겨날 수 있다. 그럼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인 것은... 장호형과 끊임없이 논의 중이다. 운영진을 더 뽑아서 아이디어 회의도 해야겠고. 어쨌든 더 세부화 시켜서 일을 진행하게 된다면 공개하겠다.


우리가 시민구단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도 결국에는 한국에서는 활성화 되어있지 않은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함이 제일 크다. 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팀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일이다. 구단 운영기를 쓰는 것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도, 인스타를 통해 소통하려는 것도 모두 우리를 응원하는, 응원해줄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어요, 하고 보여주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짜릿짜릿하다. 동네축구에서 5명만 와서 응원해줘도 축구 볼 맛 나겠다. 안 그런가?


우리는 아마추어 팀도 팬들을 보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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