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듬해 크리스마스였었나요?, 사모님께서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챙겨주신 스타벅스 커피 선물 세트를 나눠주시던 차장님의 모습.. 그 따뜻하던 모습을 이제는 뵐 수 없는 건가요?
저는 하루 중 점심시간이 젤 즐거웠어요. 먹는 걸 즐기시지도 않으시면서 우리 자재 군단을 항상 데리고 다니셨죠. 가장 많이 갔던 곳은 아마도 손님이 없어 늘 한산했던 어떤 중국집이었죠. 그곳에서 차장님과 사모님의 연애담, 스무 살 시절, 음악카페에서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를 손으로 넘기시던 DJ 시절이야기, 밴드를 결성해서 보컬로 노래 부르시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재밌었는지..
한 번은 그 시절의 사진을 가지고 오셔서 한동안 Magdalyn이 James with purple shirts 하면서 저희끼리 얼마나 킥킥 대고 웃었는지요.
웃는 모습이 STA(Samsung Telecommunnication America)에서 젤 멋있는 분이니 자주 웃으시라고 말씀드렸더니,
“STA에서뿐만이겠어? 이만한 인물이 어디 흔하겠냐?”
하시면서 가끔씩 보이시는 왕자병의 차장님 모습은 또 얼마나 멋있었는지요. 차장님의 애창곡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죠? 조용필 싱크로율 100%셨었잖아요. 지금 제 편지 들으시면서
“그래 내가 노래는 좀 하지.”
하시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계실 우리 James 차장님.
두 달 전 Roy 장례식 때 맨 마지막 줄에 앉아서 차장님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 특유의 살인미소를 지으면서 웃고 계시는 차장님의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던지요. 차라리 목메어 우시지.. 마음으로 삭히시면서 미소를 짓고 계시던 차장님, 그날 Eunice 보고는
“너, 요즘 건강이 별로 안 좋다며, 건강 챙겨”
하셨다죠.
몇 년도였는지 기억이 흐릿해요. 차장님, 저도 나이를 속일 수 없나 봐요. Boss의 날, “ The Best Boss in the world”라는 문자와 차장님의 환한 미소를 담은 플래카드를 풍선과 함께 장식을 했었죠. 우리 자재과 벽에 그 플래카드를 붙여서 차장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그날, Richard Mirskey 한테 괜히 슬쩍 가셔서 "너는 이런 거 없지?" 하시면서 약 올리시던 차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아마 그날 약 올랐던 boss들 많았을 겁니다. (특히 박종구 차장님…)
저희는 차장님이 언제나 자랑스러웠어요. 자타가 인정하는 미남이시죠, 몸매 좋으시죠,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셔서 시스템 관련해서 그 누구도 따라올 사람이 없죠, 얼마나 박식하신지 말로 당해낼 자가 없었죠, 또 얼마나 꼿꼿하신지, 남들이 다 하는 아첨 한 번 안 하시고, 윗사람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다 하시고, 직원들을 얼마나 위하시는지, 당신보다 항상 직원들을 챙기셨죠. 누가 우리 팀원에게 한마디라도 싫은 소리를 하시면 듣기 싫어하시면서 항상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치셨었죠.
겉으론 차가운 척하시면서 속 마음은 얼마나 따뜻하신지.. 제가 쓴 단편 소설을 읽어보시고는 빨간 글자로 깨알같이 비평을 써 주셨었죠.
제가 세상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존경하는 우리 James 차장님, 지금 듣고 계시죠? Cindy 과장님 말씀처럼, “ 그래 James에게 배운 사람은 역시 다르네”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잘 배웠으니까 선생님 실망 시켜드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게요. 사실, 차장님이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거라고 생각하니 좀 겁나요. 야단맞지 않도록 잘 살아야 하니까요.
7월의 마지막 날 햇살이 가장 뜨거운 시간 2:30분에 훨훨 천국으로 걸어가신 James 차장님! 울보 Jasmine은 요즘 매일 화장실로 달려가 엉엉 운답니다. 그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동료들에게, 차장님을 모르는 그 사람들에게, 차장님 자랑을 하다 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로 환해지는 저를 발견한답니다.
James 차장님, 천국에선 건강하실 거죠?
그 환한 미소를 더 이상 직접 볼 수 없어서, 실수를 하면 야단을 맞을 수도 없어서,
아줌마, 오지랖이 왜 그렇게 넓어? Jasmine, 넌 어떻게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냐?
하시던 차장님이 그리워 가끔씩 멍해지는 저를 보시면, 뜨거운 햇살 한 줌 제게 보내주세요.
그럼 그게 차장님의 미소라고 기억할게요.
또 편지드릴게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Jasmine 드림
2012년 8월 James 차장님의 장례식 때 대표로 읽었던 추도연설 (Eulogy)이다. 보스라기보다는 삼촌, 아빠와도 같았던 존재. 차장님은 왜 저한테만 일 시키세요 하고 투정을 부릴 때면 네가 MBA 나왔잖아. 하시며 달래시던 차장님, 첫 번째 암투병에서 다행히 완치하셔서 일밖에 모르시던 분이 사모님과 캐나다로 여행도 떠나시고 곰을 만나서 죽을 뻔했다며 여행담을 우리에게 쏟아놓으실 때 너무 행복해 보이시던 차장님...
몇 년 후 다시 돌아온 불청객 암세포로 하늘나라에 가신 분..
조용필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차를 주차하고 엉엉 울어버리는 나..
James 차장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니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까맣게 잊어먹고 있던 나...
차장님, 하늘나라에서 건강하시고, 저는 예전의 다짐처럼 최선을 다하며 사는, 부끄럽지 않은 Jasmine이 될게요.
김동선
김. 김밥 속 색색의 야채들처럼 제각기 다른 저희들을 곱게 말아 예쁜 김밥으로 탄생시키셨죠.
동. 동녘에 떠오르는 웅장한 태양처럼 그대는 저희들에게 빛과 나아갈 길을 밝혀주셨죠.
선. 선한 영향력으로 저희들을 이끌어주신 그대는 제 인생 최대의 리더이십니다. 그립습니다 차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