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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스 Jasmine Oct 21. 2024

비몽사몽 오케스트라 공연  속 아들 찾기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오프닝 10/19 토요일

며칠 전에 아들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이번학기 첫 콘서트였는데 제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 12학년 첫 공연인데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무리를 해서 갔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들이 보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고 이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디렉터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들 공연은 제일 마지막이라서 좀 늦게 가서 아들 공연만 보고 올까 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공연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콘서트에 가면 늘 앞자리에 앉던 저였는데, 혹시 아프면 살짝 나오려고 공연장 제일 뒤편에 앉아 있었는데, 어떻게 두 시간을 앉아있나 불안했죠. 그런데 점차 음악 속에 빠져드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하프소리가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아들 친구들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갑던지 보지도 못할 텐데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고 있더라구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그룹 연주 시간이 되었는데 제가 아주 멀리 앉아 있었는데 아들이 제 눈에 금방 들어왔습니다. 친구들하고 재잘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콘서트 갈 때는 송장처럼 피곤한 얼굴로 갔었는데 저렇게 해맑게 웃는다고? 역시 친구가 좋구나. 역시 우리 아들은 음악 할 때 가장 행복하구나 했죠. 요즘 대학교 입시 원서 준비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요.


마지막 연주가 끝났는데, 원래 콘서트는 2시간을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났지?. 한 시간 만에 끝났네 하면서 시계를 봤는데 이미 2시간이 지난거였더라구요. 아니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제가 음악에 심취해서 시간이 2시간이 갔는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지끈지끈하던 편두통도 어느새 날아가버렸죠.

가을저녁 아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제 두통을 치료해 준 것 같더라구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너무 힘들고 지쳐있는데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면 너무 반갑고, 친구처럼 힘이 되어줄 때…

제가 한동안 참 좋아했던 노래인데요. 첫곡으로 띄웁니다.


버스커 버스커 - 여수 밤바다

3.여수밤바다 - Yeosu Night Sea (youtube.com)


에필로그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

요즘 대학 에세이 및 피아노 입시 준비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아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뭔가 그림이 이상했다.

바이올린은 학교에 두고 연습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아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저 구석 뒤에 앉아 있어야 할 아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떻게 앞에 앉아있지 했다. 미스터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비디오를 찍으면서 아들을 줌 인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아들은 분명히 자켓 안에 검은색 셔츠를 입고 갔는데 손목에 나온 셔츠는 흰색이었다.

너무 멀리 앉아있어서 확실치는 않았지만 흰 셔츠였다. 그 순간 저쪽 뒤편에 검은색 머리 하나가 보였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헤어스타일이 아들이었다.

헉! 순간, 나는 당황해서 찍던 비디오를 꺼버렸다.

아이쿠. 세상에. 남의 아들을 보고 하트 뿅뿅 좋아서 줌인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던 거다.

너무 부끄러워서 찍던 전화기를 내렸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로 전화가 엇갈리고 결국 통화가 됐는데 아들은 이미 집으로 떠난 후였다.

 이런.. 사진도 함께 못 찍고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 순간, 애기 때부터 봐왔던 10학년 J가 첼로 가방을 메고 나오는데 너무 반가워서 J야! 하며 달려가서 안으려고 하는데 인파에 가려서 놓치고 말았다.

사실 첼로를 켜는  J는 아들과 다른 그룹인데 잠시 아들인지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정신이 비몽사몽)

그때 나와 둘도 없이 친한 동생 J 엄마가 앞에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고 있어서 또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J 엄마가 제일 앞에 앉은 아들을 봤다고.

허걱.. 내가 비디오를 찍고 있었던 그 녀석은 바로 내 아들이었다.


그날, 심신이 허약했던 나는 오락가락 아들도 못 알아보는 엄마가 됐었다. 다음번엔  꼬옥 앞자리에 앉아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K2MFPTeky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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