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들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이번학기 첫 콘서트였는데 제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 12학년 첫 공연인데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무리를 해서 갔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들이 보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고 이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디렉터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들 공연은 제일 마지막이라서 좀 늦게 가서 아들 공연만 보고 올까 하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공연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콘서트에 가면 늘 앞자리에 앉던 저였는데, 혹시 아프면 살짝 나오려고 공연장 제일 뒤편에 앉아 있었는데, 어떻게 두 시간을 앉아있나 불안했죠. 그런데 점차 음악 속에 빠져드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하프소리가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아들 친구들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갑던지 보지도 못할 텐데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고 있더라구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그룹 연주 시간이 되었는데 제가 아주 멀리 앉아 있었는데 아들이 제 눈에 금방 들어왔습니다. 친구들하고 재잘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콘서트 갈 때는 송장처럼 피곤한 얼굴로 갔었는데 저렇게 해맑게 웃는다고? 역시 친구가 좋구나. 역시 우리 아들은 음악 할 때 가장 행복하구나 했죠. 요즘 대학교 입시 원서 준비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거든요.
마지막 연주가 끝났는데, 원래 콘서트는 2시간을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났지?. 한 시간 만에 끝났네 하면서 시계를 봤는데 이미 2시간이 지난거였더라구요. 아니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제가 음악에 심취해서 시간이 2시간이 갔는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지끈지끈하던 편두통도 어느새 날아가버렸죠.
가을저녁 아이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제 두통을 치료해 준 것 같더라구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너무 힘들고 지쳐있는데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면 너무 반갑고, 친구처럼 힘이 되어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