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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라스 Jasmine Oct 26. 2024

충청도 빼고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오프닝 11/19/2022

11/19/2022 토요일 <인사 및 청취안내>

안녕하세요?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쟈스민입니다. 오늘 어떠신가요? 기분 좋은 날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가을을 타는지 자꾸만 옛 생각이 나고 그리운 얼굴들도 떠오르고 하더라고요. 다음주가 추수감사절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고향 생각, 친구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고향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어릴 적 아버지께서 군인이셔서 저희 가족은 몇 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해서 정말 충청도 빼고 모든 도에서 살아봤어요.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한 달을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광주에서 아마 1년을 살았나 봐요. 여섯 살 때까지 강원도 철원, 경기도 포천에서 살았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해요. 저는 단기기억보다 장기기억이 강한가 봐요. 제 2학년 때 일기장에서처럼 강원도 철원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자연과 벗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혹시 철원에서 사셨던 청취자분 계신가요? 그때 군인가족 중에 딸이 귀해서 저만 여자아이였던 게 기억나요. 매일 산에 올라가서 전쟁놀이를 한다거나 물가에서 수영을 했었는데 그때 입었던 빨간 꽃무늬 비키니가 생각이 나네요. 


한 번은 산에 꼽힌 빨간 깃발을 보고 친구들과 전쟁이 곧 날 거니까 집에 알려야 한다고 정말 전속력 질주로 집에 달려가서 공산당이 쳐들어온다고 울먹이면서 큰일 났다고, 전쟁이 날 거라고 했는데 그때 저희 집에 모여계신 어머니들이 김장을 담그고 계셨는지, 건빵을 튀기고 계셨는지 기억이 흐릿한데 웃으시면서 건빵이나 먹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저는 어린 마음에 전쟁이 나는데 왜 우리 엄마랑 동네 이웃분들은 느긋하게 있을까 하면서 걱정했던 기억이 나요. 


서울로 이사 가기 전까지 살았던 포천에서는 산정호수에 많이 놀라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제 첫사랑 용수, 첫사랑이라기보다는 풋사랑이겠죠? 매일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었는데 이사를 가는 날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는데 도망가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용수대신 일호랑 사진을 찍었는데 그래서 일호의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던 용수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이삿짐을 실은 트럭 앞에서 친구들과 울먹이며 인사를 나눴는데 용수는 배웅도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섭섭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용수도 슬퍼서였던 것 같아요. 


서울로 이사 가고 나서도 용수가 보고 싶어서 꿈에 나왔다고 일기장에 쓴 기억도 있어요. 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네요. 어제 했던 일은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뭘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6살 때의 일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그 순간이 제 머릿속에 사진으로 기억되었나 봐요. 여러분의 어릴 적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노래 듣고 와서 제가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겪었던 영어 실수담 부끄럽지만 소개해드릴게요. 


김혜연 –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조수미 – 고향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MXDhNrWZvTA

https://www.youtube.com/watch?v=A0v11xznqGo




* 덧붙이는 글


아래 글은 작년에 발간했던 브런치북 세포가 큰 여자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brunch.co.kr/@dallasjasmine/9


11/19/2022 토요일 오프닝

멘트: 강지우 어린이


8월 2일 목요일 날씨 비, 어제 잠잔 시간 10시 20분, 오늘 일어난 시간 6시 20분. 


제목: 그리움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창문에 부딪치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아빠가 전속될 때마다 우리 집은 부산에서 광주로 그리고 철원, 포천, 지금 살고 있는 서울까지 왔다. 내가 태어난 곳은 부산이다. 나는 부산에 대한 것은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비가 많이 온다는 철원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많다.

오늘같이 비가 오면 앞 냇가에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옥수수, 감자를 먹음직스럽게 삶아 주시던 주인집 할머니, 그리고 여러 친구들 또 포천에는 잊을 수가 없는 제일 보고 싶은 용수가 있다. 용수는 나와 나이가 같은 남자 친구지만 오빠같이 키도 크고 순하다.

예쁜 그림도 정말 잘 그린다. 크리스마스에는 카드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용수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모양이다. 틀림없이 공부도 잘하고 나처럼 내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쓴 일기예요.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최연소 애청자, 초등학교 2학년 강지우 어린이가 흔쾌희 저의 일기를 대신 읽어줬어요. 강지우 어린이 다시 한번 감사해요! 


몇 년 전에 어머니께서 제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보여주셨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 일기장들을 미국에 가지고 왔어요. 창문에 부딪치는 빗줄기.. 그리움.. 정말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데요. 제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제가 또래보다 심하게 많이 조숙하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조숙함이 초등학교 때 멈춘 것 같아요. 제 첫사랑, 아마 용수였나 봐요. 그런데 아쉽게도 용수랑 찍은 사진이 없더라고요. 이사 가는 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부끄러워서인지 도망가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용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서울로 이사 가고 나서 많이 보고 싶어 했던 기억은 아직도 나네요. 

여러분의 첫사랑은 누구인가요?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 11/19/2022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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