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성장하고 있어요

by 박드레

작년부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려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기 시작했다.

딱히 그걸로 일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또, 봉사 활동을 하면서 요양보호사와 미용사 자격증을 획득해 놓은 상태여서 사회복지 자격증까지 따 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사회복지 2급은 총 17과목을 이수하고 현장 실습 160시간을 채워야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3학기에 걸쳐 온라인 수업은 다 이수했는데 문제는 현장 실습이었다.

결혼 후 육아에만 매진해 오면서 아이 학습과 학원 수업을 전부 내가 관리해 왔기에 한 달 동안 엄마가 부재한 상황을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다.

물론 3학년이 되었기에 충분히 자기가 알아서 정해진 시간에 학원을 가고, 차량 시간에 맞춰 축구 센터를 가고 하면 되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

3월부터 차량 픽업을 하지 않고 영어학원을 도보로 등하원시켰다.

집에서 도보로 10-15분 정도의 거리였다.

3-4일은 같이 동행해 주었고 그 후론 아이 혼자 다니게 되었다.

영어 학원을 다녀와서 월, 수, 금엔 축구 센터를 가는데 차량이 집 앞으로 픽업을 오기에 시간에만 맞춰 나가 있으면 됐다.

화요일은 6교시 수업이라 학원 수업이 없고, 목요일엔 2시에 영어 학원을 다녀와서 쉬다가 다시 5시 보충 수업에 가야 한다.

우리 아이는 루틴이 굉장히 중요한 아이이기 때문에 알람을 맞춰서 움직일 수 있게 학습을 시켰다.

그렇게 두 달을 실습을 위해 연습을 시켜 놓았다.

그래야 내가 불안감 없이 실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태껏 엄마와 장시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아이였다.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집에 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학원에 다녀와서 축구를 가기까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축구가 끝나고 집에 와서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많은 예행연습 덕인지 내가 없는 한 달을 아이는 너무나 잘 보냈다.

물론 중간중간 통화를 하면서 내가 아이의 일정을 체크해 준 적도 있었지만, 내가 전화를 하지 않아도 아이는 학교 가방을 정리해 놓고, 학원 가방을 챙겨서 꼬박꼬박 학원 시간에 맞게 등원을 했다.

또, 집에 와서는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고 축구복을 꺼내 입고는 차량 시간에 늦지 않게 나가 있고, 집에 와서 축구복을 정리해서 옷장에 넣어 두고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아빠를 기다렸다.

단 한 번도 지각을 하거나 옷가지나 가방을 널려 놓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어느새 이렇게 컸나'싶었다.

오히려 쩔쩔매는 모습을 보인 건 남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퇴근하면 언제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가 끓여진 밥상이 준비되어 있고, 세탁이며 청소가 말끔히 이루어진 집에서 쉬기만 하는 삶을 십 년이상 살았던 남자였다.

퇴근하자마자 허겁지겁 내가 아침에 준비해 놓고 간 찌개를 데우거나 간편식을 만들어 아이를 먹이고 뒷정리를 하고 해야 하니 정신이 없을 터였다.

나는 7시 30분이 돼서 집에 오면 혼자 밥을 차려 먹었다.

밥이 없을 땐 남편에게 밥을 해 놓으라고 했는데 남편이 한 밥은 너무 질었다.

한 번은 "이게 밥이야? 죽이야?" 하니까 남편이 자기가 너무 오랜만에 밥을 해서 물양 조절에 실패했다고 변명을 해서 "자주 해봐야겠네~"라고 해 준 적이 있었다.

여태껏 남이 차려주는 밥상만 받아먹다가 자신이 아이를 챙겨야 하니 힘들었을 것이다.

매일 실습이 끝나는 날을 카운트하면서 기다리는 남편을 보니 그동안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엄마 없이 씩씩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 내는 아들을 보면서 너무 대견하고 뿌듯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어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어때? 하고 물으니, "조금 외로워"하고 대답을 했다.

겉으론 티를 안 내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 또한 엄마가 실습을 끝내는 날을 하루하루 세고 있었다.

너무 잘해 줘서 고맙다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이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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