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May 11. 2023

남겨진 딸들의 이야기

그리운 이름, 어머니 Mom


2022. 9월


책 읽는 모임에서 월별로 책을 선정하는데, 어머니의 장례식 즈음부터 그 이후로 어쩌다 엄마 잃은 딸 이야기 시리즈다!

The Night Diary(Puffin Books)/ The Midnight Library(Penguin Books)/ Crying in H Mart(Picador)

아동청소년소설 '밤의 일기(The Night Diary)'

열두 살 소녀인 주인공 리샤는 엄마를 만난 기억조차 없다. 쌍둥이인 리샤와 남동생을 출산하고 얼마 안 되어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리샤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리독립시기에 종교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어 인도로 가는 경로 중에 외삼촌 집에 잠시 기거한다. 그때 외삼촌에게서 '엄마는 너희를 사랑하셨다'는 말에 큰 위로와 행복을 받는다. 왜냐하면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었는지. 탄생을 기뻐했었는지에 대한 증언을 그때까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 

주인공 노라는 암투병을 하던 엄마의 마지막 간호를 맡았다. 아버지는 청소년기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하나뿐인 오빠는 엄마의 죽음 이후, 어떤 이유인지 불명확한 채로 소원해진 상태다.  이렇게 가족들과 연결고리가 끊어진 노라는 극심한 외로움에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들어가게 된 미드나잇라이브러리에서 신비한 경험을 하며 삶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H 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저자의 성장기록이며 엄마와의 이별의 기록이기도 하다. 엄마는 암을 선고받고 6개월의 투병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데, 저자는 엄마 곁을 지키며 과거 엄마와의 틀어졌던 과거를 회복하고, 엄마의 장례 이후 자기의 길을 찾아간다.



엄마를 잃은 딸로서 책을 읽는 것과 동시에, 딸을 둔 엄마로서 이 책들을 읽었다.


리샤처럼 일찍 엄마를 잃지 않아서 나는 이런 상실감을 몰랐었구나.

리샤의 엄마처럼 갓 태어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엄마들은 끝나는 자신의 생보다 남아 있는 딸을 생각하며 그 죽음의 길이 얼마나 가슴 미어졌을지. 나는 그 절절한 심정을 몰랐구나.


노라처럼 엄마를 잃고 다른 가족들과도 소원해져서 천애고아 같은 외로움을 느끼면, 얼마나 삶이 버거울지 몰랐구나.

노라의 엄마처럼, 생의 마지막에 딸의 돌봄을 받는다면 행복하겠다가 싶다가도, 행여 그것이 내 딸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면 어떻게 하나? 남겨진 딸의 인생을 지켜보지 못하기에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모를 뻔했구나.


미셀처럼 어머니의 간병 동안 어머니에게 남아있던 서운함과 미안함의 감정을 풀 기회조차 없이 황망하게 어머니를 떠난 보낸 딸들은 지난 시간들에 대한 사죄와 화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돌덩이 같은 심정을 모를 뻔했구나.

미셀의 엄마처럼 50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내 딸에게 기억이 될지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새로운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감각의 자극이 매력적인 것처럼, 글로 경험하는 타자의 감정, 경험, 그 깊은 심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바로 독서의 매력이지.


일상의 대화로는 다 할 전할 수 없는 깊은 이야기들. 그것이 설령 허구라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인간 보편의 공통된 감정에 내 마음이 공명할 때,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전 03화 부재(不在) 실감(實感)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