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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May 03. 2023

우물 안 세상만사

2016년, 오계아 님의 다섯 번째 책

서문


늦깎이로 터득한 글이라서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도서관을 학교로 삼아서 공부를 지속하던 중, 여든네 살에 '성동호 역해 자문'을 만났습니다. 그러므로 2014년 천자문 시 강좌가 열린 한수풀도서관이 이 책의 산실입니다.


저는 처음 보는 천자문에서 그 안에 세상만사가 다 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뭍을 보는 감격으로 마음이 흥분되었습니다. 그 흥분은 유독 저에게만 있었고 강좌는 진전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천자문 시 창작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앉거나 눕거나 오로지 천자문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2015년 내내 시를 출산하는 기쁨으로 지냈습니다. 같은 해 연말 출판의 꿈으로 전문가를 찾았는데, 부진아인 자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시로는 절망과 수치에서 헤어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포기는 용납되지 않아서 부족함을 발판으로 딛고 재도전에 뜻을 묻게 되었습니다.


2016년 이른 새벽부터 산아를 키우는 마음으로 시를 가꾸다 보니 번득번득 뉘우침이 솟구쳐 나왔습니다. 그 결과로 많이 부족하지만 다시 출판의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소망의 성취는 오랜 가뭄이 단비로 풀리는 기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식한 촌로에게 이 같은 힘과 용기를 길러주신 자연 앞에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또한 도움이 된 한수풀도서관과 천자문을 전해주신 고정국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어서 부족한 이 글에 어려운 길을 열어주시는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인 권갑하 선생님께 감사의 큰 절을 드립니다. 끝으로 출판에 수고하여 주실 선생님들과 이 졸작을 읽어주실 분께 뜻깊은 감사를 드리며 서두를 맺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6년 11월

오계아


집요한 열망이다. 너무나 간절하여서 그 열망이 어머니를 삼켜 먹을 것 같았다. 천자문 시 창작시기에 만났던 어머니는 정말 당신의 표현대로 앉거나, 눕거나 오로지 시 생각뿐이라서 오랜만에 찾아온 막내딸과 사위 손자소녀도 안중에 없는 듯이 보였다.


어머니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운 그것. 시(詩)!

그것도 천자문을 소재로 한 것이라니!

'어머니! 누가 이걸 읽겠어요?(내 마음속 생각)'


어머니는 읽히기 위해서 쓴다기보다는 오롯한 창작의 열망에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리는 제의적 경건함으로 임했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오계아 여사님의 존재명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눈을 흘겼다.


이 몹쓸 것. 네가 우리 어머니를 집어삼켰구나!


책을 펼쳐보면 무시무시하다.

말 그대로 천자(千字)를 다 써서 시를 만들었다. 天地부터 시작해서 乎也까지.

이런,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천자문의 끝자가 호야인 것도 모르고 살 뻔했다.


책갈피에 숨어 잊힐 어머니의 천자문 시 몇 편만 브런치의 빛 가운데로 불러내 본다.


첫 시작이라서....

(1) 天地(천지)

-텃밭에서

집주인 기다리는 울타리 대숲처럼

하늘만 바라보며 서걱이는 삭정이

텃밭도 의심스럽게 그 거동만 살피네



우리 읍내라서...

(5)日月(일월)

-한림 읍내

바다도 구름같이 춤추는 우리 고을

보호하는 해와 달 환하게 웃는 눈빛

읍내를 두루 덮으며 한수풀을 키우시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6)盈昃(영측)

-헛간 문짝

나이찬 몫이라고 기울어가는 육신

세월과 싸우면서 삭아가는 신세도

할 일이 수북이 밀린 나와 닮은 저, 친구



마지막이라서....

(500)乎也(호야)

-기도

천지호야 기에서 탄생한 오백 형제

용사로 키우시고 빛으로 덮으시어

영원에 매어주시길 새 하늘에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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