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부정출혈이 다낭성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니었지만 부정출혈로 인해 다낭성을 진단받게 된 과정을 지금부터 적어보고자 한다.
현재 30대 초반인 나는 20대 초반부터 생리주기가 워낙에 들쑥날쑥했지만 그렇다고 생리양이 급격하게 줄었다거나 늘었다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거나 별다른 이상증상은 전혀 없었기에 산부인과 진료를 미루고 미뤘었다. 나에게 산부인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인터넷으로 우연히 보게 되었던 초음파 검사의자(인터넷에선 굴욕의자라고 칭하던) 바로 그 의자부터 떠올랐기에 선뜻 산부인과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그러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정출혈이 며칠간 지속되어 억지로 내가 나한테 끌려가다시피 난생처음 방문하게 된 산부인과.
진료 전 간단한 문진표(내원 이유, 마지막 생리날짜, 성경험여부 등)를 작성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음, 일단 초음파부터 해보죠"
선생님은 역시나 가장 기본적인 초음파를 먼저 권하셨다.
성경험 여부에 따라 질초음파, 항문초음파로 나뉘게 되는데 성경험이 없다면 항문초음파 대신 복부초음파도 가능하지만 복부초음파는 그중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기에 흔히 항문초음파로 진행된다고 한다.
'아...! 나도 그 말로만 듣던 굴욕의자에 앉아보는구나...'
잔뜩 긴장한 채로 진료실 구석 한켠, 커튼으로 가려져있던 탈의실로 들어가
검사복(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치마)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을 때.
(어리벙벙하게 '이거 어디가 앞이야...?'
한참을 살펴보았던...
앞뒤 구분 없이 그냥 입으면 되는 거다)
"혹시 최근에 체중이 늘어났나요?"
탈의실 밖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빠짝!
"음... 아니요..!"
"그럼 최근에 건강식품 뭐 먹은 게 있어요?"
"... 건강식품... 이요?"
"건강식품 부작용으로 부정출혈증상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홍삼이나 여성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식품보조제, 영양제, 한약 드시고서
출혈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그랬다. 나 역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홍삼을 먹고 있었다. 그러한 식품들이 간 수치를 너무 높여 혈액응고를 막고, 그것이 부정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내가 알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건강식품, 약품도 전문의 상의 없이 무턱대고 먹으면 위험하다는 걸...
그때의 경험으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선물로 들어와 하루 한 포, 매일 꼬박꼬박 먹고 있던 홍삼이 이렇게 나를 산부인과로 끌고 올 줄이야!
검사 전부터 선생님과 나는 어느 정도 출혈의 원인을 홍삼으로 확신했지만 초음파 검사는 진행되었다.
검사결과 역시나 아무 이상소견이 없었고, 바로 출혈의 원인은 홍삼으로 마무리!
이참에 난생처음 산부인과 검사를 받게 되고, 더구나 나의 자궁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니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평소 내가 겪어왔던 생리불순도 단순 피로, 스트레스 혹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면
그냥 애초에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거구나~ 싶었다. (실제로 아무런 문제 없이 단순히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들이 있으니)
난소에 1cm 정도의 작은 물혹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물혹은 생리전후 많은 여성들에게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증상이니 추후 재검을 해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그것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혈을 멈추게 해 준다는 주사 한방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사 덕분에 출혈은 이틀 후에 말끔히 멈췄는데...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
병원을 다녀온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을 때까지도.
동안 생리불순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던 나였지만 생리를 두 달 동안 안 한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