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왜? 예술적 감상용음악인가?

재즈는 왜 접근성이 쉽지 않은가?

by XandO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미국 뮤지컬 작품들 가운데는,

이후 재즈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한 곡들이 적지 않다.


재즈 스탠다드란

재즈 음악가들이 모두 알고 연주하는, 매우 유명하고 사랑받는 곡들을 말한다.

마치 동요처럼, 재즈를 즐겨 듣거나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연주해 본 곡들이다.

이 곡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재즈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연주자들 나름의 스타일로 변형되면서 재즈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여 고유의 레파토리로 정착했다..

그래서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재즈 스탠더드의 매력이다. 특히, 1930~1940년대에 발표된 뮤지컬 넘버들은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즐겨 연주되며,

재즈 레퍼토리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었다.


그중, 1935년에 초연된 대표적인 작품 중에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민속 오페라 < Porgy and Bess >의 [ Summertime ]은,

재즈 보컬과 기악 연주 모두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재즈 스탠더드 곡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Summertime ]은 “ Porgy And Bess”에 나오는 아리아(독창곡)인데,

이 오페라는 1920년대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빈민가를 배경으로,

흑인들의 삶과 사랑, 고난을 다루고 있는 미국의 민속오페라이다.


Summertime - Porgy And Bess


오페라 1막에서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아기를 재우며 부르는 자장가로 처음 등장하며

이후 태풍으로 클라라와 제이크가 사망하고 아기가 고아가 되자,

주인공 베스가 그 아기를 재우면서 다시 이 곡을 부른다.

이처럼 여러 인물이 한 아기에게 이 곡을 불러주는 설정은 곡에 왠지 모를 서글픔과 애잔함을 더한다.


조지 거슈윈은 이 곡을 작곡하며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민속 음악, 특히 흑인 영가(spiritual)의 스타일을 재현하고자 했다.

서정적이면서도 블루스적인 색채가 강하며,

펜타토닉 스케일(5 음계)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단순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여름 한낮의 나른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애잔한 멜로디가 아름답다.


재즈 스탠다드의 명곡인 만큼,

여러 재즈음악가들의 다양한 음악가들의 다양한 버전이 있다.


Summertime - Sidney Becher, 1939

1935년 초연된 흑인 민속 오페라의 아리아 [ Summertime ]은

1939년 시드니 베쉐( Sidney Becher )의 연주를 통해 재즈 스탠다드로 자리 잡는다.

최초의 재즈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자로 꼽히는 그는,

루이 암스트롱에 비견될 만큼 압도적인 초기의 재즈 독주자로서

미국 재즈를 유럽과 전 세계에 알린 선구적 인물이기도 했다.

미국은 물론 프랑스에서까지 열렬한 사랑을 받았으며,

냉전 시기에는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련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인 전례 없는 존재였다.


Summertime - Miles Davis, 1959

초기 재즈 음악가들은 조지 거슈윈의 [ Summertime ]이 가진 오페라 아리아적 요소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흑인 음악의 대부로 불린 듀크 엘링턴조차

니그로 음악의 표현 양식을 사용하지 않은 곡”이라며,

유럽 백인 음악가들의 요소를 그저 짜깁기한 작품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1950~60년대를 거치면서 [ Summertime ]은 재조명을 받았고,

400여 곡이 넘는 버전이 새롭게 녹음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혁명적이라 평가되는 작품은

1959년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가 협업해 발표한

<Porgy and Bess>에 수록된 버전이었다.

길 에반스는 원곡 아리아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편곡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창조해 냈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섬세한 뮤트 트럼펫 연주는

원곡의 멜로디와 즉흥연주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며,

펜타토닉(5 음계)을 활용한 모달 재즈적 접근으로

새로운 시대에 다가 올 재즈의 문을 활짝 여는 장르적 혁신을 이끌어냈다.


Summertime - Joshua Redman, 1998


1998년, Joshua Reman이 Brad Mehldau와 협연한 5/4 박자로 연주된 [ Summertime ]

많이 비딱하다.

많이 난해하다.

이제 막 귀에 익숙해진 [ Summertime ] 멜로디가 나오는듯하더니

갑자기 악기들의 소동이 벌어진다.

아니 난동이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당황스럽다.

귀도 마음도 어렵다.

그렇게 두 귀와 심장을 심난하게 만들어 놓은 채 곡이 끝난다.

( 물론 끝까지 집중해서 들었다면 이런 감정이나마 느낄 수 있지만

중간에 딴생각을 하거나 듣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




그렇다면 재즈는 대중음악인가, 아니면 예술적 감상용 음악인가?


오페라의 아리아나 뮤지컬 넘버로 히트한 곡이라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곡이다.

오페라는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며,

현대의 뮤지컬보다는 감상을 위한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도움이 되지만,

본래 대중을 위한 악극이었으며 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중적 장르였다.


원곡인 이 오페라의 아리아도,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부른 버전도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같은 곡이 시대가 흐르면서 스타일이 달라지고,

때로는 듣기조차 까다롭고 난해하게 변한다.


재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Summertime ]은 대중음악으로서 출발했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점점 예술적 감상용 음악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는 재즈가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며 발전해 온 결과이다.

막상 재즈를 들으려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재즈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변화하며 발전해 왔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즐길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윈턴 마샬리스(Wynton Marsalis)가 주창한 재즈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재즈의 본질적 요소인 블루스, 스윙, 즉흥연주,

그리고 풍부한 전통과 역사를 강조하며

재즈를 “예술”로 격상하고, 클래식 음악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마샬리스는 재즈가 고유의 엄격한 형식과 깊이 있는 예술성을 지닌 예술 음악임을 역설했고,

이를 위해 재즈 교육기관 설립과 제도권 편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의 이러한 움직임과 거의 같은 시기에,

1987년 미국 의회는

“재즈는 희귀하고 귀중한 미국 국가의 보물( Rare and valuable national American treasure )”

이라고 선언하는 결의안(H.Con.Res.57)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재즈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고유한 미국 예술이며,

개인의 표현과 민주적 협력이라는 미국적 이상을 구현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재즈가 문화적·종교적·민족적·세대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과 통합의 힘을 발휘하는 예술임을 분명히 했다.


윈턴 마샬리스의 신고전주의 운동과 1987년 의회의 선언은 긴밀히 연결된다.

마샬리스는 재즈를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심오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미국 고유의 클래식’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공표한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재즈가 한때는 대중음악이었으나

시대를 거치며 "예술적 감상용 음악"으로서의 위상을 획득하고,

미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존중받게 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Summertime - Kenny Barr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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