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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r 22. 2023

화나는 날엔 알배추구이

알배추구이

며칠 전부터 배추전이 너무 먹고 싶었다.

어느정도였나면, 비행을 하다가 빡침 모먼트가 생길 때마다 집에 가서 먹을 배추 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인터넷에 알배추구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레시피를 찾아본 후, 오늘 랜딩 하자마자 한국마켓으로 달려갔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와 혹시 배추가 다 떨어지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다행히  배추가 있었다. 졸였던 그 마음이 민망할 만큼 아주 많이 쌓여 있었다.


9시가 넘은 시각, 마켓 내 핫도그 가게에 발걸음이 멈췄다. 바삭한 튀김옷과 짭조름한 소시지가 날 유혹했지만, 핫도그를 먹으면 그렇게 애달프게 기다렸던 배추구이가 덜 맛있을까 봐 꾹 참았다.


집에 오자마자 후다닥 늦은 저녁으로 해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오늘 나에게 짜증 내고 화낸 모든 승객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다.

2달러치 배추가 주는 마법 같은 행복이다.


찾아본 레시피에서 배추를 살짝 데치라고 했는데 나는 중간대가 잘 말리지 않을 것 같아 푹 데쳤다.

그래도 대가 두꺼워서 아삭한 식감이 죽지 않았다.

간장:물엿(또는 설탕):참기름:액젓(생략가능)=1:1:0.5:0.5 그리고 깨 왕창과 홍고추 반 개.

기름에 구운 거라 고추의 매운맛이 엄청 잘 어울린다. 홍고추가 없으면 스리라차 뿌려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오늘의 결론, 기름에 자글자글 구운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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