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닭죽
한국에 살 때는 조금만 아파도 (아니 아플 것 같은 느낌만 와도)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었다. 그랬던 내가, 미국에 온 이후로는 웬만해서는 스스로 이겨내자 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과 다른 의료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고 병원에 가도 뾰족한 처방 없이 타이레놀 정도만 처방해 준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후부터 그렇다.
예전에는 의심했던 쌍화탕이나 뜨끈한 생강차의 효능을 믿어보자고 마음을 열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비행 갈 때 도시락 가방 속 쌍화탕 한 병은 꼭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마음을 연 정도가 아니라 무한신뢰하게 된 것 같기도.
코로나가 드디어 잠잠해지나 했더니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독감 유행, 새로운 변이 등장. 이 또한 지나가나 싶더니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가 찾아왔다. 우리 집도 하나둘씩 골골거리다 모두 한차례 씩 아팠다. 누구도 반응해주진 않았지만 나 홀로라도 가족 건강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우리는 이겨낸다'라는 표어와 함께 이겨내는 중.
몸이 아플 땐 저절로 죽 생각이 난다. 말간 한 흰 죽 보단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말린 표고버섯, 냉동 새우와 닭가슴살을 꺼냈다. 야채, 해산물, 육류가 한 종류씩 들어가니 이 정도면 완벽하다.
<표고닭죽>
1인분 기준 재료: 말린 표고버섯 한 줌, 냉동 새우 한 줌, 닭가슴살 한 덩이 (약 100g), 취향과 냉장고 사정에 따라 추가할 다진 야채 (당근, 애호박 등) 약간
한약은 약을 달이는 정성이 모아져 효과가 배가 된다고 한다. 그 정성을 조금 더 추가하기 위해 닭가슴살로 육수를 내고, 그 육수에 쌀을 넣어 죽을 쒔다. 굳이 육수를 따로 내지 않아도, 찬밥을 이용해도 충분하다. 남은 재료들은 다 잘게 썰어 한 번에 넣고 푹푹 끓인다. 쌀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끓여도 좋고. 뭉근해질 정도로만 끓여도 괜찮다.
동생 말을 빌리자면, 버섯의 쫀득한 식감 덕분에 전복죽 같기도 한 이 요리의 이름은 표고영양닭죽.
그냥 닭죽 말고 표고영양닭죽이라고 굳이 불러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