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Mar 24. 2023

입맛을 잃은 날엔 따뜻한 국물

밀푀유나베

어젯밤부터 하루 종일 밀린 잠을 잤다.

이번주는 총 수면량에 집착하는 내게 유독 힘든 주였다. 믿을 수 없지만 일하는 내내 밥맛도 없었다.


승무원으로 일을 하다 보면 오래 서서 일하거나 무거운 물품을 지속적으로 들고, 밀고, 옮겨야 하는 육체노동이 필수로 따른다. 그래서 끼니를 잘 안 챙겨 먹은 채 비행을 하면 일주일 사이에 2kg 정도 살이 쑥 빠져있다. 물론 급히 다이어트할 땐 도움이 되는 방법일 수 있겠으나, 요즘 같이 감기를 조심해야 하는 날씨엔 아주 위험하다.


조금 힘들다고 입맛을 잃을 순 없지!라고 외쳐본다. 귀찮음을 이겨낸다. 건강하고 따뜻한 한 끼를 챙겨 먹기로 다짐한다. 온전히 쉬는 날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쌀쌀한 날씨와 뜨거운 국물은 소울메이트가 아니던가. 다행히도 냉장고엔 남은 배추가 냉동실엔 꽝꽝 언 어묵이 잔뜩 있다. 고깃거리가 없어 장 보러 나가야 한다는 장애물에 부딪히지만, 이 또한 이겨낸다. 마트에서 얇은 불고기감 고기와 깻잎을 추가로 사 왔다. 육수가 끓는 사이 재료 준비를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뭐든 거창하고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 확실한 행복도 없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잔 오늘 하루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


고기와 야채를 함께 끓여내기에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지만,

좀 더 깊은 맛을 위해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따로 낸 후, 재료가 담긴 냄비에 부어 한 번 더 끓여냈다.

우려낸 멸치 육수 두 숟갈을 따로 덜어내 찍어먹는 소스에 사용하면 좋다.

소스 비율은 육수:간장:식초=2:1:0.5

매거진의 이전글 화나는 날엔 알배추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