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Apr 30. 2023

나만 힘든가 싶은 날엔 진미채볶음

진미채볶음

-

‘초간단 밑반찬’ 진미채볶음에 몇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지 아시나요?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이 반찬에도 열두 가지 재료라는 정성과 번거로움이 필요하답니다.


누구나 그렇듯 출근하기 끔찍하게 싫은 날이 있다. 이렇게 마음이 날카로운 날, 누군가 말한다. ”승무원이면 출근이 아니라 여행하러 가는 거잖아요. 부러워요. “


나쁜 의도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의도를 헤아리기엔 내 마음이 너무 뾰족하다.


“요리사에게 매일 맛있는 거 먹어서 부럽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네요.”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내고 나니, 나 또한 누군가의 순탄해 ’보이는’ 일상에 함부로 말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내 눈에 쉬워 보이는 일, 내 눈에 걱정하나 없어 보이는 사람, 내 눈에 지루할 만큼 편해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도,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는 열두 가지 노력을 쏟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바로 이어 스스로 답한다. ‘어쩌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게 맞나 봐.’ 하지만 금세 내뱉은 생각을 주어 담는다. ‘나만 힘든 것 같아’는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말 같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외 소속된 모든 사회 공동체에서 본인이 맡은 역할을 덤덤히 견뎌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내가 뭐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하나도 둘도 아닌, 열두 가지 노력을 조화롭게 이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초간단 밑반찬이라고 했지만 무려 오징어채, 고추장, 간장, 올리고당, 설탕, 매실청, 마요네즈,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참깨, 식용유까지, 열두 가지 재료가 들어간 반찬이다.


여린 잇몸을 찌르지 않도록, 진미채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후 물기를 짜내 한쪽에 두고, 섞은 양념을 팬에 끓여낸다. 부글부글 꿇으면 불을 끄고 팬에 진미채를 더해 뒤적인다. 한 김 식힌 후 반찬통에 담아 둔다.


밑반찬 하나 만들어 뒀을 뿐인데 마음이 든든하다. 바쁠 때 조미김 한 봉지와 함께 챙겨 먹으면 속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스럽고 싶은 날엔 곤드레나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