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가족에게 잘 참기로 유명했다
언니, 동생과 나란히 혼날 때도
가장 먼저 나서서 회초리를 맞고
쓴 약, 알약도 군소리 없이 잘 먹었으며
예방주사도 눈물 없이 잘 맞았다고 한다
결혼 후 친정 나들이를 갈 때마다
내 어릴적 이야기를 들으며
남편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내가 고통에 매우 취약한 사람인 줄 안다
어쩌면 날 엄살쟁이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엄살쟁이‘ 타이틀이 억울할 건 없다
이상하게 남편 앞에서는
’으- 아파‘
’으- 추워, 더워‘
’으- 너무 써, 못 먹겠어‘가 너무 쉽게 나오기 때문이다
종이에 베인 작은 상처에도
조금만 춥거나 더워도
쓴맛이 강한 한약을 먹다가도
원래 내 모습과 다른 엄살쟁이가 등장한다
앓는 소리를 내다가 괜히 민망해지면
슬그머니 하는 말
나 원래 진짜 잘 참는데.
이 말을 할 때마다 남편은 말한다
남편 앞에선 안 참아도 되지,
어쩌면,
나는 원래 엄살쟁이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