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피 Mar 10. 2023

이혼하면 어때, 에필로그

이혼하면 어때 #40

연인이 생겼다는 것은 인생의 큰 이벤트다.


특히 결혼 후에 다시 연인이 생길 일이 있을까 싶었고. 최소한 내게 이혼이란 단어는 남의 얘기였으니까.

이혼 후 연인 찾기를 갈망한 것은 아니지만 인연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갖고 있었다. 물론 엑스와이프 그리고 결혼 생활에 대한 애도기간이 존재해야 된다는 막연한 생각도 동시에.


둘에서 혼자된 생활은 많은 부분이 바뀐다. 간소한 출근 준비, 출근해서 일상을 공유할 필요 없는 남는 휴식 시간, 퇴근 후 저녁 식사 여부의 선택 그리고 침대 위로 올라가는 시간까지.


이것은 구속에서 자유일 수도 혹은 채워짐에서 비워짐일 수도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후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것은 큰 변화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두려웠는데, 그 원인은 연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나는 나이가 많았고 활동적이지 않았으며 남을 위해 희생하고 참는 것에 대해 젊을 적보다 상당히 퇴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을 주고 싶다는 심정이었다. 좀 더 잘 보이고 싶고, 좀 더 나에게 빠져들게 하고 싶고, 좀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은 어느 남자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시점의 마음은 성인이 된 직후 처음 연인이 되었던 마음가짐과 비슷했다.


우리는 다음 날부터 매일 만났고, 매일 새벽까지 통화했으며, 매일 기상과 취침의 순간을 알게 했다. 참 오랜만의 연애라 -결혼 생활은 연애라고 표현할 수 없겠지- 순간순간이 새롭고 행복했다.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온전한 한 가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시간은 그녀의 것이었고, 그녀를 위해 사용했으며, 그녀를 담는데 의미를 두었다.


***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온전히 그녀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의 이혼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오빠는 너무 정상 같아서 믿지 못하겠어. 분명 치명적인 하자가 있을 텐데 숨기고 있거나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심이 묻어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증명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돌싱이 어떠한 결격사유가 있어서 이혼한 것이 아니란 것을.


총 40화 정도로 나누어 글을 썼으며, 기왕 쓰는 김에 책 한 권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약 15만 자를 채우고 중간중간마다 과거 연애 경험을 섞었다.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온전히 내 경험 속, 나의 감정으로 전달된, 나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를 모두 읽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혼남의 에피소드는 끝내도록 하겠다.

이전 19화 돌싱공화국 - 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