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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Mar 08. 2023

겁이 나지만 난 잘할 거라 믿습니다.

남편에게 그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말도 참 잘 듣는 남편이 그 여자와 함께 퇴근 후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티브이를 보라며 문을 닫았습니다.

그 여자 앞으로 둘째의 기저귀를 던져놓습니다. 주방에 있는 분유통도 들고 와 앞에 놓습니다.


"이 사람 애아빤거 모르고 만난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네가 하루아침에 애엄마가 될 수도 있겠단 각오는 했겠지. 큰애는 지금 나랑은 못 떨어져. 그러니까 엄마얼굴도 아직 모르는 100일밖에 안된 애기 데리고 셋이서 행복하게 살아. 이 얘기하려고 오라고 한 거야. 헤어져 달란말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두 사람 싹싹 빌더군요. 절대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며..

남편은 야간 출근을 한다며 간 건지.. 그 여자에 집으로 향했는지 기억도 관심도 없습니다. 

둘을 돌려보냈습니다.


정말로 둘째를 보내려고 한건 아닙니다. 이런 일에 아이를 이용한 난 정말 나쁜 엄마입니다.

첫째 아들이 아무것도 못 들었길 빌고 빌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둘째 아들을 끌어안고 미안함에 밤새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는 소리가 아들에게 들릴까 소리도 못 내고 그렇게 아침이 될 때까지 난 눈물만 흘립니다.



이제 이 멍청한 결혼생활을 진짜 정리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그간 큰 이유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또 외도가 잡혀버린 남편의 허술함이 고맙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꿈처럼 품어온 나의 이혼을 이제 하나하나 준비를 합니다. 어린 내가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살아낼

자신이 없어 겁먹고 하지 못한 일인데. 아들 둘의 엄마는 이제 강인해졌나 봅니다.

아등바등 살며 배운 그간에 지혜들로 전 이제 생각이란 것을 합니다. 이 사람을 정말 끊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생각해 냅니다.


남편을 회사 기숙사로 내쫓아내 버렸습니다. 이젠 도저히 얼굴 보며 한집에 살 자신이 없으니까요.

모텔에서 사용한 카드사용내역을 가지고 경찰서에 '간통죄'로 신고를 하기로 합니다.

감옥에 보낼 생각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혼에 결정적인 사유가 되기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혼 후 나는 두 아들과 살아야 하니 변호사비용은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감히 생각을 할 수없었고, 

법무사 사무실로가 경찰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이혼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모든 서류와 접수까지 진행했고 법무사 비용 40만 원이 채 들지 않았습니다. 합의이혼이 불가하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가능하단 생각만 했었는데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진행이었습니다. 나는 남편 몰래 이 모든 일을 추진했습니다. 

남편회사로 경찰들이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집에서 또 행패를 부리며 난리를 칠게 뻔합니다.


살던 집을 매매로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신 친정집으로 갔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될 동안만 마지막으로 부모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회사까지 출근시간이 고속도로로 1시간이 걸립니다. 출근시간을 늦지 않으려면 6시에는 출발해야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이 지겹던 나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습니다.


양육권 친권을 모두 갖기 위해 법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은 기한 내에 바로바로 수강했습니다. 혹시 양육권싸움이 될 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 법원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양육에 필요한 교육은 물론 이혼소송에 필요한 출석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법원의 모든 서류들도 일절 수령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무대응으로 일관합니다. 남에 일인 양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겠지요. 

마지막 변론기일. 혼자만 출석한 나에게 나의 사연을 다 알고 계시는 판사님께서 경찰서 접수증만 가지고 오면 빠른 시일 내로 바로 판결해 주시겠다 하십니다. 오죽하면 판사님께서도 더 들어볼 것 없이 나의 원을 들어주셨을까요.

한 달 뒤 판결문이 도착했습니다. 

친권과 양육권은 모두 엄마가 갖게 되고, 매달 아이 양육비로 1인 30만 원씩 주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나의 6년의 결혼생활이 끝이 났습니다. 판결까지 걸린 시간은 8개 월정 도였던 거 같습니다.

판결이 난 날짜는 슬프게도 둘째의 생일날입니다. 그렇지만 슬프다 생각지 않습니다. 엄마의 고생을 끝내게 해 준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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