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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Aug 15. 2023

뛰어라, 미소녀 경마부!: 내가 우마무스메 기획자였다면

내가 우마무스메 팀의 기획자였다면 이런 콘텐츠를 만들었을 텐데.

2022년 여름, 우마무스메의 열풍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물론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저 덕후들의 열광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취한 경마의 IP화와 메인 플레이를 로그라이크처럼 매 순간 선택에 따라 다른 옵션이 부여되어 탄생하는 캐릭터들은 게임 업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신작 아레스

최근 1박 2일의 나영석 PD가 유튜브를 시작하며 이야기한 내용 중에 '화제성'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시청률이 TV 프로그램의 성공 지표였지만 최근에는 시청률보다는 조회수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우마무스메는 1년이 지나 2023년 6월 17일 기준으로 매출 순위가 35위로 떨어져 있었지만, 신규 육성 캐릭터와 서포터 카드 출시로 매출 순위 3위로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나 8월 기준으로도 20위권에 들지 못하였습니다.

매출 순위는 게임의 재미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2023년에 게임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카카오 게임즈의 '아레스'의 성공을 언급하지만 실제 게이머들은 '발더스게이트 3'과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를 얘기합니다. 이 두 그룹은 서로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레스'가 뭔지? '데이브 더 다이버'가 뭔지?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죠.

키타산블랙 카드. 전설 무기와 같다.

우마무스메의 참신함은 실제로 1개월 이상 갈 수 없는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캐릭터들을 솔로 플레이로 정말 재미있게 우승시킨 이후에는 경쟁 콘텐츠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 깊이는 굉장히 심합니다. 동북아 유저 특성상 게임이 재미있다면 과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데, 실제로 큰 매출을 올린 서포터 카드 '키타산 블랙'을 최대 돌파(풀돌) 한 후 난이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무능한 주인과 무능한 캐릭터가 동거하는 과정에서 꾸역꾸역 우승하는 재미가 사라지며, 10 레벨 캐릭터에게 99 레벨 전설 무기를 쥐어주는 순간 초보자 사냥터와 퀘스트를 주는 NPC 등 그 과정에 몰입되지 않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감정 메말라 버리는 단계가 시작됩니다.

우마무스메의 길드 시스템은 굉장히 미흡합니다. 몇 가지 소모용 아이템만 서로 주고받는 시스템만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년 정도 미리 서비스를 시작하고 한국에 출시된 우마무스메 서비스 문제를 카카오 게임즈에게만 돌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미 1년 동안 캐릭터를 출시하고 콘텐츠를 서비스해 보며 개발사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사이 게임즈의 우마무스메의 담당 기획자였다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비스 매력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출시 3개월 시점에 전체적인 플레이 방식을 새롭게 제안 후 적용했었을 것 같습니다. 22년 당시 해당 게임의 경쟁 콘텐츠는 5개의 레이스 종류마다 달리기 포지션을 조합하여 15개의 캐릭터를 사용하는데, 이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음으로. 2주에서 4주에 걸쳐 게임에 적응한 유저들을 위해 길드 콘텐츠로 '30인 이어달리기'와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해금하여서   매일마다 길드원들이 '도주' 타입 캐릭터로 참여하고 완주한 후에는 추가적으로 '추입' 타입 캐릭터로 또다시 뛰게 하여 많이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보상이 좋아지게 만들어 길드 참여율을 극대화시키면서 길드 내부 유저들의 사회 환경이 구축되도록 유도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콘텐츠에서 사용되는 능력치나 어빌리티는 개별적으로 설계되어 유저들이 추가적인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저런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기존과는 다른 협력 주행 콘텐츠를 도입하여 길드 내에서 천천히 길드원들을 육성하면서 경쟁 콘텐츠를 연결시키는 것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게임의 지속성이 향상되어 더 오래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진짜 경마 형태 주행이 아닌 이벤트 형태의 이어달리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결과론적인 것일 뿐입니다. 우마무스메가 성공을 거두고 나서는 칭찬의 목소리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소녀 캐릭터들이 경주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마 룰을 벗어나 이벤트 형태의 이어달리기를 시도해도 게임적 허용으로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끝없는 고민을 갖게 하며 스스로 현명하다고 느끼고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우마무스메의 초반 즐거운 고민거리는 한 달 만에 모두 해결되고, 그 후에는 너무 깊고 어려운 경쟁 콘텐츠만 남았습니다. 마치 초등학생에게 더하기 빼기 산수 교육 이후에 키타산 블랙이라는 전자계산기만 던져 주고 곧바로 고등학교 수능 시험에 대비하게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더 천천히 게임을 즐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어야 했습니다.


유저들이 안 좋다고 느꼈던 캐릭터들만 추려서 다른 고민 콘텐츠에서 그 캐릭터들만 최상위로 밸런스를 잡아 선보였다면, 유저들에게는 좋지 않은 캐릭터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주행'이 느린 친구들은 '점프' 능력이 좋아서 이벤트 콘텐츠에서 장애물 경주를 한다던지 말이죠. 사이 게임즈는 다른 고민 콘텐츠가 준비하지 못했으며 결과의 끝에는 게임 흐름 제어 시 솔로 콘텐츠를 지겹게 길게 가져갈지, 경쟁 콘텐츠를 빨리 선보일지 양자택일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전투나 카드 로그라이크가 범람하는 이 시기에 비전투 시스템에 음지에 있던 경마를 IP화 하고 미소녀로 의인화하여 정말 말도 섹시하고 재미있는 핵심 진행 시스템을 만든 사이게임즈에게는 무한한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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